방송인 홍진경이 30여 년 간 연예인 생활도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솔직함’이 있었다.
KBS2 ‘홍김동전’ 그리고 정신적으로 이를 잇는 넷플릭스 ‘도라이버’ 시리즈. 두 프로그램은 최근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서사를 보여주는 콘텐츠다. 시청률 부진이라는 지상파의 낡은 잣대에 막을 내렸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거대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첫 방송된 ‘홍김동전’은 ‘동전 던지기’라는 단순한 콘셉트를 통해 운명에 따라 달라지는 멤버들의 희비를 담아낸 버라이어티쇼. 홍진경, 김숙, 조세호, 주우재, 장우영이라는 신선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조합은 회를 거듭할수록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그 결과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두터운 팬덤이 형성됐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은 이들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약 1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러한 과정은 팬덤을 더 강하게 규합시켰다.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반대 청원이 빗발쳤고, 트럭 시위로 자신들의 의견을 내비쳤다. 열렬한 응원 속에 ‘홍김동전’은 넷플릭스로 자리를 옮겨 ‘도라이버: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대한민국 TV쇼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홍김동전'의 팬덤이 얼마나 견고했는지, 그리고 이 콘텐츠의 성공이 시청률 숫자에 갇혀있지 않았음을 명백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도라이버: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에 이어 ‘도라이버:잃어버린 핸들을 찾아서’로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멤버들. 여전히 끈끈한 케미스트리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홍진경은 ‘웃음 수저’를 물고 태어난 듯한 예능감으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았다. 눈치가 빠르고 도전적인 사업가 스타일이지만, 방송에서는 이러한 진지한 모습과 상반되는 허당미를 보여주며 반전 매력을 선사하고 있는 홍진경. 그는 자신의 단점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어떤 상황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선사하는 독보적인 예능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3년 SBS 제2회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하게 된 홍진경은 톱모델일 뿐만 아니라 현재는 예능인, 그리고 사업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사업가로서 철두철미하면서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예능에서는 허당미 있는 모습이 반전을 이뤄내고 있는 홍진경. 그 사이에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OSEN과 만난 홍진경은 이에 대해 “사실은 다 제 모습이다. 사업할 때는 허당기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숫자랑 관련이 된 거고 실수하면 안 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이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는 예능에서 보던 홍진경이다. 일 처리만 실수 없이 하자는 마음이고, 모든 걸 제가 다 할 수는 없기에 전문가들이 있고 저는 거기서 뜨개질만 하는 사람이다. 일에 있어서는 실수 없게 시스템화 해두고 그들과의 관계는 예능인 홍진경과 같다. 인간적으로는 그렇고, 일할 때는 시스템화를 잘 해둔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 때문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인들의 식품 사업 속에 홍진경은 이렇다 할 구설수 없이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홍진경은 “사람들이 먹는 식품과 관련된 사업이기에 그 부분은 정말 노이로제”라고 했지만 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조세호는 “브랜드라고 하는 게 어떻게 다 잘 되겠나. 쉽지 않은 패션시장을 저도 뛰어들어 봤는데, 누나에게 배운 책임감을 많이 느끼긴 한다. 그런데 브랜드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게 아직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진경 누나가 더 대단하다. 특히 리더로서의 진경 누나를 보면 그 실행력에 많이 놀란다. 사업은 누나 같이 진취적인 사람이 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홍진경은 늘 ‘솔직함’으로 승부한다. 예능도, 사업도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솔직함을 앞세워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그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서 넘어가야 될 일이 있는 반면 일생을 따라다닐 일이라고 생각이 들면 이거는 나서서 끝내야 된다 싶다. 모든 일을 다 해명하려고 하진 않는다. 최근에 있던 일련의 논란은 내가 어떻게든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겠다 싶었다. 너무 억울하기도 했고, 해명을 한 게 잘한 것 같다. 그냥 사건을 덮기만 해서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도려냈다. 정말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사과할 때도 최대한 진정성있게 최선을 다해 사과하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만약 실수하거나 사고를 치는 일이 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잘 마무리 짓자는 마인드”라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