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계에서는 사실상 ‘준 영구제명’ 상태지만, 황의조(33·알란야스포르)는 여전히 유럽 무대에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황의조는 4일(이하 한국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에리야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쉬페르리그 8라운드 겐칠레르빌리이전에서 후반 교체로 나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고, 알란야스포르는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에 그치며 리그 9위에 머물렀다.
이날 황의조는 후반 15분 교체 투입돼 9분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는 수비 뒷공간을 빠르게 파고들며 정확한 칩슛으로 골키퍼를 넘겼다. 절묘한 타이밍과 감각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황의조의 시즌 마수걸이 골이자 7경기 만의 첫 득점이었다.
그러나 알란야스포르는 후반 31분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황의조의 골에도 승점 3점 대신 1점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만 33세, 여전히 황의조는 골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는 지난 시즌 쉬페르리그에서 30경기 7골 1도움을 기록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알란야스포르와 2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잔류했다. 이번 시즌에도 꾸준히 출전하며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징계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황의조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한때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그는 2015년 라오스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출전하며 62경기 19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불법 촬영 혐의가 드러나며 대표팀 커리어는 완전히 중단됐다.
법원은 황의조가 여성 2명의 동의 없이 여러 차례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영상통화를 녹화한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형은 그대로 유지됐고, 황의조는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황의조는 성폭력처벌법 제2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만큼 향후 20년간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계 내 모든 활동도 불가능하다. 협회는 “황의조는 선수,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담당자로 등록할 수 없다”며 “사실상 준 영구제명 상태로, 국내 무대에서는 어떤 형태로도 활동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 리그에서의 활동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협회는 “황의조는 현재 FIFA 등록규정상 해외 리그 소속 선수로, 협회 등록 선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외 선수에게 국내 공정위원회 규정을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