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외인이 GG 후보라니, 패착의 증거…롯데는 도전없이 안주해야 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10.10 11: 20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025시즌이 처절하게 실패로 귀결된 이유, 패착의 증거를 공교롭게도 골든글러브 후보에서 찾을 수 있었다. 8월 퇴출된 터커 데이비슨이 2025 KBO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KBO는 9일, 2025 골든글러브 후보 83명을 발표했다. 투수의 경우 규정이닝을 충족하거나 10승, 30세이브, 30홀드 이상 중 한 가지 기준에만 부합하면 된다. 투수 부문에는 총 33명의 투수가 이름을 올렸다. 롯데는 박세웅과 김원중, 그리고 터커 데이비슨이 이름을 올렸다. 박세웅은 11승, 김원중은 32세이브를 수확하면서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을 획득했다.
그런데 이미 지난 8월 퇴출된 터커 데이비슨도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데이비슨은 올해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8월까지 22경기 123⅓이닝 10승5패 평균자책점 3.65의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10승 투수가 되면소 골든글러브 후보도 가능했다. 

롯데 자이언츠 데이비슨  / foto0307@osen.co.kr

좌완 투수로서 이닝 당 1개에 가까운 삼진(119개)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특출나고 압도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괜찮은 성적으로 롯데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었다. 시즌이 이대로 끝났을 경우 10승 이상은 물론 규정이닝 선발 투수가 될 수 있었다.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롯데는 데이비슨이, 방문팀 KIA는 올러가 선발 출전했다.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 역투하고 있다. 2025.08.06 / foto0307@osen.co.kr
하지만 현장과 프런트 모두 데이비슨의 교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록은 준수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당시 롯데는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94.9%의 확률로 가을야구가 눈앞이었다. 그런데 데이비슨은 시즌 초반의 임팩트에도 불구하고 이닝 소화력이 점점 떨어졌고 공이 타자들의 눈에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쉽게 버텨내지 못했다. 9이닝 당 볼넷이 당시 기준 3.50으로 리그 전체 19위에 그쳤다. 소화 이닝도 5⅓이닝에 불과했다. 최소 6이닝 정도는 던져줘야 하는 외국인 선수의 위치로는 뭔가 아쉬웠다. 
결국 롯데는 데이비슨에게 8월 6일, 퇴출 통보를 했다. 빅리그 38승 경력의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롯데는 벨라스케즈가 승부수가 아닌 패착이 됐다. 데이비슨 퇴출 이후 12연패 수렁에 빠지며 5강 탈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벨라스케즈는 데이비슨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11경기 35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8.23의 성적에 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즌 도중 퇴출한 데이비슨은 여러 아쉬운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팀 내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투수 부문 1위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2.66으로 1위다. 나균안이 2.21, 감보아가 2.07, 김원중이 2.03으로 뒤를 잇는다. ‘스탯티즈’ 기준으로도 데이비슨이 3.38로 1위, 그 뒤를 나균안이 3.01, 감보아가 2.35로 뒤따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데이비슨  / foto0307@osen.co.kr
‘왜 이런 선수를 방출시켰냐’라고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론적이다. 그 당시에는 교체를 납득할 수 있었다. 현장과 구단 프런트는 교체에 합당하고 명확한 이유를 들고 교체에 대한 기준을 정했다. 그러나 벨라스케즈가 초대형 변수가 될 줄은 몰랐다. 다른 구단들의 대체 선수 후보에도 들었을 만큼 예상할 수 있는 선수였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으로 롯데의 추락의 원흉이 됐다. 
데이비슨의 교체는 롯데가 달라졌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움직임이었다. 구단 안팎에서 “롯데스럽지 않은 결단”이라고 말했다. 현실에 안주하고 실패의 후폭풍과 부메랑을 두려워 하는 구단의 문화, 나아가 그룹 전체의 분위기를 벗어나 가을야구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한 도전적인 결단을 펼쳤다.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롯데는 나균안이, 방문팀 KT는 오원석이 선발 출전했다.롯데 자이언츠 벨라스케즈가 손가락으로 1승 표시를 하고 있다. 2025.08.26 / foto0307@osen.co.kr
하지만 모처럼 펼친 롯데의 도전은 처절한 실패로 결론 났다. 다시 과거 현실에 안주하는 롯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모그룹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데이비슨의 실패로 모그룹의 냉철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는 올해 19경기 108이닝 7승 8패 평균자책점 3.58의 성적을 기록했다. 겉보기에는 역시 준수하다. 그러나 ‘용두사미’의 시즌을 보냈다. 6월 MVP를 기록했지만 선발 경험이 부족했던 리스크가 시즌 막판, 순위경쟁 시기에 터졌다. 롯데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데이비슨의 실패가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시즌 막판 감보아가 보여준 내구성과 제구의 한계를 외면한다면, 롯데는 발전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팀으로 남게 된다. 물론 감보아보다 뛰어난 선수가 없다면 보험용 혹은 2선발 수준으로 나쁘지 않지만, 이제는 최후로 고려할 옵션이 됐다. 
감보아도 2026년 자신의 운명이 롯데와의 동행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했다. SNS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롯데 자이언츠에 감사하다.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팀 동료들, 스태프들, 그리고 팬들과 평생 기억에 남을 우정을 쌓아서 놀라왔다”면서 “부산 팬들의 열정, 에너지, 선수들을 향한 믿음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의미였다. 사직구장 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걸을 때도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온 나를 편하게 혀줬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롯데는 감보아가, 방문팀 키움은 김연주가 선발 출전했다.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 감보아가 역투하고 있다. 2025.06.03 / foto0307@osen.co.kr
그러면서 “건강하게 시즌을 마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모든 것을 바쳤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한국에서의 시간을 항상 내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작별을 암시했다. 
롯데는 2025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다만,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닌, 더 팀을 되돌아보고 결정 과정을 다시 곱씹어보면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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