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일단 살아남았다. 노팅엄 포레스트가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9일(한국시간) "노팅엄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팬들은 시티 그라운드(노팅엄 홈구장)에서 처참하게 승리하지 못한 뒤 그를 향해 '넌 아침에 해고될 거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이지만, 포스테코글루는 다음 주말 첼시전에서 노팅엄을 이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노팅엄은 당분간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남기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트윌란과 홈 경기에서 2-3으로 패한 포스테코글루는 위기에 빠져 있다. 당시 팬들은 혼란스러운 경기력에 '넌 아침에 해고될 거야'라고 외쳤다"라며 "포스테코글루는 미트윌란와 경기 3일 후 뉴캐슬 원정에서도 0-2로 패하며 부임 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5번째 패배를 기록했다"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을 꺼리고 있는 노팅엄이다. 데일리 메일은 "포스테코글루는 9월 9일 노팅엄에 부임해 단 7경기를 지휘했지만, 노팅엄은 A매치 휴식기를 통해 그의 미래를 검토할 예정이었다. 다시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노팅엄 구단주가 A매치 휴식기 동안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약 4주 전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의 뒤를 이어 노팅엄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6월 토트넘에서 경질된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프리미어리그 감독직에 복귀한 것. 하지만 재기를 꿈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데뷔전에서 아스날에 0-3으로 대패했고, 카라바오컵에선 2부리그 스완지 시티에 2-3으로 충격 역전패했다.
이후로도 노팅엄은 승격팀 번리와 선덜랜드를 상대로 각각 1-1 무승부, 0-1 패배에 그쳤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무대에서도 레알 베티스와 미트윌란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 상황. 이로써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 구단 역사상 100년 만에 처음으로 첫 6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쓰고 말았다.
이후 뉴캐슬 원정에서도 0-2로 패하며 고개를 떨군 포스테코글루 감독. 노팅엄은 그가 부임한 뒤 2무 5패에 그치면서 공식전 7경기 무승의 늪에 빠졌다. 프리미어리그 순위도 17위로 강등권 바로 위까지 내려앉았다.
당연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한 경질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팅엄 팬들은 이미 전임자 누누 감독을 칭찬하는 노래를 부르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붓는 중이다. 누누 감독이 성적 부진보다는 구단 보드진과 불화로 경질됐기에 더욱 불만이 크다.

사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17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 결과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도 16일 만에 보드진 만장일치로 경질됐다. 이 때문에 마리나키스 구단주가 누누 감독을 경질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데려올 때도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이제는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데뷔전에서 패한 뒤 두 번째 경기부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고집에 가까운 '공격 축구' 철학이 오히려 노팅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나마 토트넘에서는 기회를 결정 지어줄 수 있는 손흥민과 폭발적인 속도와 단단한 수비력을 지닌 미키 반 더 벤이 있었지만, 노팅엄에선 단점만 노출되고 있다.
궁지에 몰린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는 뉴캐슬전을 마친 뒤 거취를 묻는 질문에 "당신의 부모님도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라며 "당신도 삶의 어느 순간에서 희망이 없었을 때가 있었을 거다. 그래도 부모님은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논란의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뉴캐슬전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고별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포스테코글루는 A매치 휴식기 동안 마리나키스와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리나키스는 노팅엄의 경기력과 결과가 빠르게 개선되지 않으면 주저하지 않고 포스테코글루를 해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미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뒤를 이을 후보자 명단도 추려진 분위기다. 데일리 메일은 "노팅엄은 7경기 만에 포스테코글루 해고 여부를 저울질하며 오랜 목표였던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풀럼의 마르코 실바를 눈여겨보고 있다.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그가 경질될 시 실바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마리나키스 밑에서 감독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A매치 휴식기를 통해 구단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그는 한 번 더 기회를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노팅엄으로서도 지금 당장 마땅한 지도자를 데려오긴 어렵기 때문에 두 번째 경질을 꺼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노팅엄의 강등 확률은 10%에서 43%까지 늘어난 만큼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데일리 메일은 "마리나키스는 항상 무직인 감독만 영입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 5대리그 및 유럽대항전 경험을 갖춘 감독 중 무직 신분인 감독은 거의 없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는 어려운 경기 일정이 남아있고, 성적이 향상돼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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