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역대급 선수 중 한 명임에는 틀림없다. 손흥민(33, LAFC)가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골잡이를 뽑는 팬 투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본 가장 위대한 골잡이는 누구였을까?"라는 설문을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가 1992년 출범한 이후 활약한 총 15명의 후보가 투표 대상으로 선정됐다.
손흥민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 앨런 시어러(260골)와 세르히오 아게로(184골), 앤디 콜(187골), 디디에 드록바(99골), 엘링 홀란(94골), 티에리 앙리(175골), 해리 케인(213골), 프랭크 램파드(177골), 마이클 오언(150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 모하메드 살라(188골), 뤼트 반 니스텔로이(95골), 로빈 반 페르시(144골), 제이미 바디(145골)와 함께 후보에 올랐다.
이번 설문은 홀란의 엄청난 득점 행진으로 시작됐다. 그는 지난 6일 브렌트포드전에서 괴물 같은 솔로 골로 리그 9호 골을 터트렸다. 이를 본 리버풀 출신 제이미 캐러거는 "우리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잡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감탄했다.


실제로 홀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평균 92.2분당 1골을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의 득점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2위 아게로(108분), 3위 앙리(121.8분)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지금 기세라면 시어러의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홀란을 역대 최고의 골잡이로 단정 짓진 않았다. 그와는 또 다른 플레이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공격수도 여럿 있기 때문. 특히 홀란은 득점 말고는 경기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그보다 더 다재다능했던 공격수들의 이름이 언급됐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몇몇 전설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에 있어서 홀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홀란은 여기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모든 골이 다 같은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역시 중요하다"라며 "앙리와 드록바, 호날두, 손흥민, 케인, 램파드, 살라. 이들은 박스 밖에서 능력과 창의성 면에서 선두 주자이며 종종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도 여기에 언급됐다는 건 그의 다재다능함이 프리미어리그 33년 역사를 통틀어 역대급이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프리미어리그는 "이들처럼 스스로 만들어낸 골, 팽팽한 경기를 바꿔버린 골은 포처(골사냥꾼)의 골보다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홀란이 박스 바깥에서 넣은 골은 단 6골에 불과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팬들도 손흥민의 진가를 인정하고 있다. 10일 오후 기준 손흥민은 투표에서 21%를 득표하며 시어러(18%)를 근소하게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인기 투표인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투표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손흥민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많은 역사를 썼다. 그는 2015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합류한 뒤 지난 10년간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통산 성적은 454경기 출전 173골 101도움.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다 출전 6위, 최다 득점 5위, 최다 도움 1위에 빛나는 대기록이다.
프리미어리그 기록만 놓고 봐도 손흥민은 333경기에서 127골 77도움을 올리며 역대 최다 득점 공동 16위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그는 2021-2022시즌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23골)을 차지하며 아시아 최초의 영예를 손에 넣었다.
이외에도 손흥민은 2020년 푸스카스상,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 4회 등을 기록했고, 8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7명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아시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 10도움을 달성하는 쾌거도 3차례나 이뤘다.


손흥민은 꿈에 그리던 트로피를 손에 넣은 뒤 토트넘과 10년 동행을 마무리했다. 그는 해리 케인이 떠난 뒤에도 팀에 남았고, 지난 시즌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함께했다. 토트넘으로선 17년 만의 무관 탈출이었고, 손흥민도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내며 명실상부한 전설 반열에 올랐다.
마지막 퍼즐을 맞춘 손흥민은 정상의 자리에서 토트넘과 아름답게 작별했다. 그는 토트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고, 지난 8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LAFC에 입단했다. 토트넘에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2660만 달러(약 378억 원)를 안기면서 끝까지 선물을 주고 떠났다.
MLS에서도 손흥민의 맹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아예 최전방 9번 공격수로 변신한 그는 LAFC 유니폼을 입고 9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MLS 이주의 팀에도 벌써 4번이나 선정됐다. 그 덕분에 LAFC도 시즌 막판 상승세를 타며 유력한 우승 후보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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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LAFC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