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온 태극전사' 옌스, '어머니의 땅'에서 첫 경기..."한국 팬들 정말 미쳤어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오!쎈 인터뷰]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10.11 02: 01

옌스 카스트로프(22, 묀헨글라트바흐)가 놀라움과 아쉬움을 모두 전했다. 오래 오래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0-5로 패했다. 이스테방(첼시)과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가 각각 멀티골을 기록하며 한국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1999년 이후 26년 만에 브라질전 승리를 노렸으나 단 한 차례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상대의 빠른 전개와 개인기에 흔들렸고, 중원의 공백과 수비 라인의 간격이 끊기며 잦은 실수를 범했다.

전반 17분 이스테방의 선제골로 균형이 깨졌고, 41분 호드리구의 추가골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후반 시작 직후에도 이스테방과 호드리구가 연달아 득점하며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후반 31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마무리 골까지 더해지며 스코어는 0-5가 됐다.
홍명보호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8개월 앞두고 남미 최강을 상대로 실전 테스트에 나섰지만, 성과보다는 숙제를 안은 채 경기를 마쳤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뛴 옌스 카스트로프는 경기 후 "기분이 복잡하다"라며 웃었다. 한국 팬들의 뜨거운 환대에는 감격했지만, 팀의 대패는 그만큼 뼈아팠다.
옌스는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인범을 대신해 투입돼 약 45분간 활약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다져진 투지와 활동량으로 분전했으나, 세계 최강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옌스 카스트로프는 "기분이 조금 복잡하다. 물론 저는 항상 이기고 싶고, 승리를 사랑한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 그래도 홈 데뷔전을 치르게 되어 매우 기뻤고, 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줘서 행복했다. 분위기는 정말 놀라웠다. 결과에는 만족하지 않지만, 그런 응원을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비록 스코어는 참담했지만, 옌스에게 이날은 결코 잊지 못할 날이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에서 성장했지만, 최근 국적 변경 절차를 거쳐 한국 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지난 9월 미국 원정(미국·멕시코전)에서 데뷔한 그는 이번 10월 A매치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 팬들 앞에 섰다.
폭우가 쏟아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 명이 넘는 관중으로 가득 찼다. 카스트로프는 그 응원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는 "이런 따뜻한 환영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늘 이런 환대를 꿈꿔왔다. 한국 팬들은 정말 대단하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경기장에서도 큰 에너지를 줬다. 이런 사랑을 받게 돼 정말 행복하고,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소속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에서도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옌스는 이날 경기에서도 중앙 미드필더로 시작해 후반 중반 이후 왼쪽 2선 공격수 자리로 이동했다. 이에 옌스는 "6번 자리(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시작했지만, 후반엔 왼쪽 윙과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역할도 했다. 코칭 스태프께서 제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어디서 뛰든 팀을 돕는다면 행복하다. 저에겐 포지션보다 팀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전 참패에 대해서도 그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가 0-5로 진 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라질은 정말 강한 나라이고,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그들은 훌륭한 경기를 했다. 감독님도 '하루는 쉬고 이후 경기를 분석하자'라고 말씀하셨다. 다음엔 더 영리하게 경기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동료 이재성(마인츠)이 A매치 100경기를 달성하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손흥민은 137번째 A매치를 치르면서 차범근, 홍명보(이상 136경기)를 모두 제치고 최다 출전 단독 1위 기록을 만들어냈다.
옌스는 이 기록에 진심 어린 존경을 보냈다. "손흥민 선수와 홍명보 감독님이 세운 기록을 봤다. 정말 놀랍다. 매년 10경기 이상을 꾸준히 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두 분 모두 존경스럽다. 저도 언젠가 한국 선수로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며 그만큼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경기 전 '오늘은 전진하라'라고 하셨다. 저는 '좋아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언제나 제 역할을 다하겠다. 한국 팬들은 정말 미쳤어요(crazy).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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