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152억 원을 오버페이라 했나. 은퇴를 해도 무방한 나이에 프로야구 포수 최초 2회 타격왕을 해낸 양의지(38·두산 베어스)가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타이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9일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후보 83명을 발표했다. 포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 수 X 5이닝) 이상 수비로 나선 모든 선수가 후보 명단에 오르며, KBO 정규시즌 개인 부문별 1위는 자격요건에 관계없이 기준이 충족된 포지션의 후보로 자동 등록된다.
이에 포수 포지션은 양의지를 비롯해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박동원(LG 트윈스), 장성우(KT 위즈), 최재훈(한화 이글스), 김형준(NC 다이노스), 김건희(키움 히어로즈) 등 7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양의지다. 3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130경기 타율 3할3푼7리(454타수 153안타) 20홈런 89타점 56득점 장타율 .533 출루율 .406 OPS .939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타율 1위, 출루율 3위, OPS 4위, 장타율 5위, 안타 8위, 타점 10위 등 각종 지표 상위권을 독식했다.
KT 신성 안현민(타율 3할3푼4리)을 3리 차이로 따돌리고 타격왕을 거머쥔 양의지는 포수 포지션 최초 2회 타격왕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두산 소속 선수의 타율 1위는 2008년 김현수(현 LG 트윈스) 이후 17년 만이다.
양의지는 지난 2022년 11월 4+2년 최대 152억 원 조건이 적힌 FA 계약서에 사인하며 NC를 떠나 친정 두산에 복귀했다. 당시 기준 김광현(SSG 랜더스)의 151억 원을 넘은 KBO리그 FA 역대 최고액이었다.

양의지는 지난 3년 동안 체력 소모가 극심한 포수를 맡으면서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했다. 계약 첫해 129경기 타율 3할5리 17홈런 68타점에 이어 이듬해 119경기 타율 3할1푼4리 17홈런 94타점을 남겼고, 올해 이적 후 커리어하이를 쓰며 타이틀홀더로 우뚝 섰다.
양의지는 수비에서도 726이닝을 소화하며 지난해 포수 골든글러브 후보 탈락(608⅓이닝 소화)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올해 포수 7명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100경기 미만을 뛰었고, 수비 이닝 또한 가정 적지만, 타격 지표가 워낙 압도적이라 수상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양의지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총 9차례(2014, 2015, 2016,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황금장갑을 품었다. KBO리그 포수 최다 수상자(8회, 2021년 지명타자 수상)이며, 레전드 한대화와 함께 최다 연속 수상 2위(6회)에 이름을 올렸다.

양의지가 올해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 2015년 이승엽 전 두산 감독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 10회 수상자로 우뚝 선다. ‘전설’로 불리는 국민타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양의지-강민호의 이른바 ‘양강 체제’가 이어졌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강민호가 3년 연속 수상한 뒤 양의지가 등장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황금장갑을 독식했고, 2017년 강민호, 2018~2020년 양의지, 2021년 강민호, 2022~2023년 양의지, 2024년 강민호가 차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무려 14년 동안 수많은 포수들이 양강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들의 아성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올해도 양강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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