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2차전을 내줬지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팀 분위기는 결코 가라앉지 않았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 그리고 안방 복귀. 이 정도면 충분히 반격의 기운이 살아난 상황이다.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1승 1패로 마친 삼성은 오는 13일과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3, 4차전을 통해 반전 드라마를 선보일 각오. 끝내기 패배의 여운보다는 홈 팬들의 함성 속에서 다시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삼성은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선발 최원태가 6이닝 무실점으로 SSG 타선을 봉쇄했고, 이재현과 김영웅이 나란히 홈런을 터뜨리며 5-2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11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3-3으로 맞선 9회말, 15승 외인 특급 아리엘 후라도가 김성욱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아쉽게 무너졌다.

단 한 방으로 승부가 갈렸지만, 삼성은 패배보다 수확이 더 많았던 경기였다. 투타 전반의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고 마운드와 타선 모두 시리즈 감각을 충분히 끌어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원정에서 최소 1승 1패는 하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최원태가 워낙 잘 던져서 첫 경기를 잡을 수 있었고, 2차전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원정에서 1승을 챙긴 건 절반의 성공이었다. 특히 후라도의 패전에도 불구하고 불펜진 전체의 흐름은 안정적이었다. 팀 내부에서는 “안방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퍼져 있다.

삼성은 3차전 선발로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을 내세운다. 다승왕 출신 원태인은 올 시즌 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를 거두며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특히 지난 7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원태인은 팀이 업셋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능력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당시 그는 “긴장도 됐지만, 업셋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 팬들께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며 “준플레이오프로 꼭 가야겠다는 마음 하나였다”고 말했다. 또 “가을에는 어떤 역할이든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어디서든 던질 준비가 돼 있다. 코치님 판단대로 움직이겠다”며 ‘가을 사자군단’다운 각오를 전했다.

타선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구자욱은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신고하며 한결 여유 있는 타격감을 보여줬다. 강민호는 9회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베테랑다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박진만 감독은 “두 선수가 2차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자욱은 대구에서도 중심 타자로서 활약이 기대되고, 강민호는 좋은 타이밍에 맞은 건 아니지만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 컨디션이 상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구단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160만 관중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팬들의 응원은 여전히 뜨겁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포스트시즌에서도 ‘푸른 물결’로 가득 찰 전망이다.
주장 구자욱은 “예전엔 만원 관중이 부담됐지만 이젠 익숙하다. 팬들이 워낙 많이 와주셔서 마음이 편하다”며 “포스트시즌에서도 팬들과 함께라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은 2차전 패배를 털고 현재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을 비축 중이다. 후라도의 끝내기 피홈런이 일시적인 변수였을 뿐, 팀 전체의 에너지와 자신감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이제 무대는 홈 대구로 옮겨간다. 삼성은 팬들과 함께 우승을 향해 달린다는 마음으로 13일 열릴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기다리고 있다.
한 경기로는 흔들리지 않는 사자군단의 저력. 삼성은 홈으로 돌아온 지금, 더 단단해진 자신감으로 가을 반격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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