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미래 코어라인은 현재 ‘윤고나황손’이라고 불리는 윤동희(22) 고승민(25) 나승엽(23) 황성빈(28) 손호영(31)으로 구성됐다. 2024시즌 활약을 2025시즌에도 이어가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이 ‘1년 반짝’에 가까운 시즌들을 보내며 길고 고통스러운 성장통에 허덕였다.
그러나 ‘윤고나황손’ 이전에 롯데가 기대하던 유망주는 따로 있었다. 상무에서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고 전역하는 한동희(26)는 ‘포스트 이대호’로 불리던 롯데 최고 유망주로 이제 다시 한 번 1군 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2018년 1차지명 한동희는 롯데를 책임질 거포로 기대를 모았다. 물론 성장통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데뷔해 2년 간은 부침을 겪었지만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2020~2022년, 3시즌 동안 타율 393경기 타율 2할8푼4리(1341타수 381안타) 48홈런 201타점 OPS .807의 성적을 남겼다. 3시즌 홈런이 17개-17개-14개다. 현재 롯데에서는 보기 힘든 홈런 수치를 당시에 한동희는 어렵지 않게 기록했다.
비록 2023년 타격폼 수정 과정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다시 하락세를 겪었고 2024년에는 군 입대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면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과는 제대로 된 첫 시즌을 보내지 못한 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 입대 전부터 한동희는 퓨처스리그 검증이 끝난 자원이었다. 그런데 상무에서 온전히 풀타임 시즌을 보내니, ‘파괴왕’급 시즌을 보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00경기 타율 4할(385타수 154안타) 27홈런 115타점 OPS 1.155의 기록으로 폭격했다. 퓨처스리그 최다안타, 홈런, 타점, 장타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가진 상무다. 한동희는 3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회 엄상백을 상대로 투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롯데로서는 한동희가 건강하게, 그리고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장타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복귀하기를 바란다. 현재 롯데 타선에서 가장 필요한 장타력을 제공해줄 수 있는 타자가 바로 한동희이기 때문.
올해 롯데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세자릿수 홈런을 넘지 못했다. 팀 홈런은 75개로 꼴지다. 장타율도 .372로 리그 8위에 그쳤다. 팀 내 최다 홈런이 13개의 레이예스였다. 나승엽과 윤동희가 각각 9개로 뒤를 따랐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는 1명에 불과했다.

2루타는 242개로 리그 최다 2위에 오르며 부족한 홈런 숫자를 충원해줬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강력한 한 방의 존재가 부족했다. 타선이 침체기를 걸으면서 12연패로 추락하기 시작한 8월 이후에도 22개의 홈런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팀 타선의 방향성을 중장거리 타자들을 중심으로 잡았고 투고타저의 시즌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홈런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동희가 지난 2020~2022년 때려낸 홈런 숫자들을 올 시즌에 대입해보면 모두 1위다. 그만큼 한동희가 갖고 있는 장타력이 다가올 시즌, 팀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마음가짐도 당장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심장’이 작은 선수라고 평가를 받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마음가짐을 다잡으면서 성숙하게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박치왕 감독님께서 매 타석 탐욕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다. 무조건 자기 것을 챙겨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라며 남들의 시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상무에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게 있으면 어린 선수들한테 말해주고 나 역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하고 나 자신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상대 투수와 싸워야 한다는 것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희가 다시 라인업에 들어오게 되면, 타선에 무게감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잘하는 선수가 나간다”고 일찌감치 경쟁을 예고한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어야 한다. 손호영 김민성 한태양 박찬형 등 3루 자리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한동희는 상무의 기세로 1군 경쟁 대열을 뚫어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고 3루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게 롯데와 한동희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무엇보다 이제 상무에서 돌아오면 젊어진 선수단에서 중참급 위치에 오르게 된다. 중고참급 리더 선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희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해야 할 역할도 많아져야 한다.

한동희는 일단 상무 전역 직전, 체코 일본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게 될 K-BASEBALL SERIES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상무 소속이지만 롯데 야수로는 유일하다. 상무와 대표팀에서의 경험을 바탕 삼아 돌아오게 될 한동희의 2026년이다. 김태형 감독의 구세주, 롯데의 희망이 될 장타들을 펑펑 때려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