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의 스승, 의리의 코치…일본에서도 최고 지도자로 우뚝 서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10.14 05: 33

오치아이 주니치 2군 감독 ‘팜 일본 선수권’에서 14년 만에 우승
[OSEN=백종인 객원기자] 작년 11월이다. 나고야의 가을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주니치 드래곤즈의 부진 탓이다. 벌써 3년째 꼴찌에서 헤매고 있다.
대대적인 쇄신이 불가피하다. 순혈 감독 다쓰나미 가즈요시(55)가 끝내 해임됐다. 함께 했던 참모들도 같은 운명이다. 4명의 1군 코치들이 짐을 쌌다. 구단은 공식 발표로 이를 확인해 줬다.

오치아이 주니치 2군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2군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다. NPB 홈페이지

후임 인선이 이뤄졌다. 이노우에 가즈키(53)가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다쓰나미 퇴임 후 20일 만이다.
감독 취임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코칭스태프 조각이다. 대부분은 순조롭다. 구단과 의견 조율이 원만했다. 그런데 딱 한 곳에서 부딪혔다. 얼마 전 해임된 코치 1명을 재임용하자는 주장 때문이다.
당연히 구단은 난색을 표한다. “이미 결정된 일이다.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이제 와서 뒤집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 전례는 없었다.”
하지만 신임 감독은 굽히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사람은 안 된다. 너무 아깝다.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 인사가 번복된다. 한 번 잘렸던 코치가 다시 팀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다.
그가 바로 오치아이 에이지(55)다. 한때 삼성 라이온즈에서 투수들을 가르쳤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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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아이는 한사코 1군 자리를 마다했다. “아무래도 구단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내가 할 일인 것 같다”라며 2군 감독직을 자청했다.
그렇게 한 시즌을 보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주니치 팜(2군)은 다른 팀이 됐다. 그야말로 웨스턴리그를 씹어 먹는 강팀으로 탈바꿈했다.
초반에는 7할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1군에 선수들을 올려 보내며 승률이 조금 떨어졌다. 리그 우승은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막판에 놀라운 뒷심을 발휘한다. 4연승을 거두며 선두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시즌 최종전(9월 28일)이 1위 결정전이 됐다. 여기서 주니치가 2-1로 승리했다. 승률 2리 차이로 역전 우승이 이뤄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스턴 대 웨스턴) 양 리그 우승팀끼리 벌이는 ‘팜 일본 선수권(10월 5일)’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2군 일본시리즈’인 셈이다.
주니치의 상대는 숙적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원정 팀 드래곤즈가 16-3로 승리했다. 주니치 구단 사상 통산 7번째, 14년 만의 개가다. 팬들에게는 가을야구에서 (4위) 탈락한 1군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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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아이는 진퇴가 분명한 인물이다. 의리와 책임을 유난히 따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삼성 시절부터 그랬다. 인연이 깊은 선동열 전 감독이 KIA에 부임했을 때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의사 타진이 이뤄졌다. 그러나 고사했다.
“어떻게 이 아이들(삼성 투수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겠나. 여기서 더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라는 말을 SNS에 남겼다.
작년 가을에도 비슷했다. 이노우에 신임 감독이 간신히 구단을 설득했다. 그리고 본인을 직접 만나 “복귀하시라”라고 청했다.
하지만 첫 번째 대답은 단호한 “NO”였다. “남들이 다 나를 (전임 감독) 다쓰나미의 사람으로 안다. 같이 1군에서 일했고, 투수 파트를 맡았다. 그와 함께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 그러면서 손을 저었다.
이노우에의 고집도 만만치 않다. 이후에도 몇 차례 만남이 거듭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청했다.
“꼭 1군이 아니라도 괜찮다. 당신이 가르치던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 2군에서라도 계속 그 선수들을 돌봐 달라.”
결국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보직도 1군 투수코치가 아닌 2군 감독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는 다쓰나미와 동갑에 주니치 입단 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절친은 아니다. 선수시절 대화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다. 다만 다쓰나미가 은퇴식 때 “나중에 내가 감독이 되면, 도와 달라”라고 했던 기억이 유일하다고 했다.
삼성 선수들은 지금도 일본 전지훈련 때면 오치아이 코치를 찾는다. 어제(13일) 승리 투수가 된 원태인도 그중 한 명이다. “2년 안에 삼성을 우승시킨 뒤 일본 진출을 생각해 보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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