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처방 사태가 없었다면 이승진(30, 두산 베어스)은 재기에 성공했을까. 1년 강제 휴식 후 프로야구 퓨처스리그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그가 끝내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25시즌을 9위로 마친 두산 베어스는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 작업에 돌입, 지난 13일 투수 이승진 남호 박민제 박연준 조제영 연서준 최세창, 내야수 이민석 김민호, 외야수 강동형 강현구 등 총 11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1군 경험이 풍부한 선수는 우완투수 이승진. 한때 시속 150km 강속구를 뿌리며 두산 왕조의 필승조를 담당했지만, 부진과 부상, 대리처방 연루 등 고난과 역경에 시달리며 끝내 재계약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2023년 4월 21일 잠실 KT 위즈전이 그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가 됐다.
야탑고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2차 7라운드 73순위로 뽑힌 이승진은 상무 복무를 거쳐 2020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두산은 포수 이흥련, 외야수 김경호를 SK로 보내고, 반대급부로 이승진, 포수 권기영을 받는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승진은 트레이드를 커리어 전환점으로 삼았다. 2019년 17경기 평균자책점 8.05 부진 이후 2군에만 머물렀던 그는 이적 후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33경기 2승 4패 5홀드 평균자책점 5.61로 비상했다. 당시 가을야구에서도 그의 강속구가 진가를 발휘했는데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5경기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하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뽐냈다.

이승진은 기세를 이어 2021년 47경기 1승 4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91의 커리어하이를 썼다. 그해 준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무대를 또 밟았다.
그러나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2022년 35경기 3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6.61로 부침을 겪더니 2023년 1군 경기 등판에 그쳤고, 설상가상으로 ‘오재원 대리처방 사태’에 연루되며 기소 유예 처분과 함께 2024시즌을 사실상 통째로 날렸다.
이승진은 왕조 필승조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 올해 2군에서 재기의 몸부림을 쳤다. 4월 한 달 동안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하며 잠시 터널의 끝이 보이기도 했으나 점차 입지가 좁아졌고, 6월 2경기 평균자책점 33.75를 남긴 뒤 2군에서조차 자취를 감췄다. 6월 4일 SSG전 ⅓이닝 4피안타 5실점(4자책)에 이어 7일 고양 히어로즈전 1이닝 1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결국 재기는 없었다. 이승진은 영광의 시절을 뒤로 하고 그렇게 정든 이천을 떠났다. 1군 통산 기록은 167경기 192이닝 6승 10패 2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5.3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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