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빼앗겼다. 오늘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겨서 아주 기쁘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투수)이 또 한 번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원태인은 지난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삼성은 원태인의 역투와 김지찬(5타수 2안타 2득점), 김성윤(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구자욱(4타수 2안타 1타점)의 활약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원태인이 포스트시즌에서 우리 팀을 살렸다. 투구수가 많았지만 7회까지 본인이 던지겠다고 했다. 원태인의 헌신과 희생정신이 정말 고맙고, 푸른 피의 에이스답게 팀을 살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로 인한 경기 중단 상황에서도 흔들림은 없었다. 박진만 감독은 “포수 강민호가 ‘원태인이 비를 몰고 다닌다’고 하더라”며 웃은 뒤 “중간에 텀이 있었는데도 컨디션을 잘 유지했다.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의 MVP로 선정된 원태인은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빼앗겼다. 오늘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겨서 아주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1회초 투구를 마친 뒤 갑작스러운 비로 경기가 중단되자, 그는 두 차례 몸을 다시 풀어야 했다. “최대한 빨리 재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오후 7시 20분께 재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내 연습장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열기가 식지 않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는 5이닝을 던지고 중단됐는데, 오늘은 1회만 던지고 멈춰서 더 힘들었다. 다시 외야에 나가 캐치볼을 하며 감각을 되찾은 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SSG 에이스 드류 앤더슨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다.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도 좋은 투구를 했고,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또 “3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이 100%라는 기사를 보고 부담도 컸지만, 오늘 이기면 기세가 완전히 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다”고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원태인은 4회 최정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고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한유섬을 유격수 뜬공으로, 고명준을 삼진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렸지만 최지훈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1점을 허용했다.

“무사 2루였다면 1점을 내줄 수도 있지만,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1점을 준 게 너무 아쉬웠다. 민호 형이 ‘1점 내주고 왜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냐. 언제부터 점수를 안 주는 투수였냐’고 다독여주셨다”고 돌아봤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5회말 공격이 길어지면서 몸이 식고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6회를 마친 뒤 구위가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민호 형이 ‘공이 너무 좋으니 계속 던지라’고 말해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5-1로 앞선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완 이승현에게 마운드를 넘긴 원태인은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항상 그런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다는 건 최고의 영광”이라며 “자기 전에 상상했던 장면이 모두 이뤄졌다. 무실점 투구를 꿈꿨는데 살짝 어긋나긴 했지만, 모든 게 잘 풀렸다. 기분 좋게 마운드를 내려왔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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