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냈어야 하는데 삼진을 당해 아쉽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외야수)이 포스트시즌 한 타석 최다 투구수 신기록을 세우며 집념의 타격을 선보였다.
구자욱은 지난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4-1로 앞선 5회 1사 2루 찬스에서 대구고 후배인 SSG 필승조 이로운과 맞붙은 구자욱은 무려 17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삼진을 당했다.
이로써 구자욱은 포스트시즌 한 타석 최다 투구수 신기록(17구)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03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이택근(현대 유니콘스)이 제춘모(SK 와이번스)를 상대로 기록한 15구였다. 준플레이오프 기준으로는 1997년 박충식(삼성)과 김기태(쌍방울) 간의 14구 승부가 최다였다. 구자욱은 21년 만에 그 기록을 경신했다.
비록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그의 ‘17구 싸움’은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로운의 투구수가 늘어나자 SSG 벤치는 디아즈에게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고, 이어 등장한 김영웅이 2루타를 때려 추가점을 뽑았다. 결국 삼성은 5-3으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겼다.
구자욱은 이날 3회 2사 2루에서 중견수 방면 2루타로 타점을 올렸고, 7회에는 중전 안타를 추가하며 포스트시즌 첫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타격감이 좋긴 한데 결과가 잘 안 나와 아쉽다. 그래도 팀이 이겼으니 아무 문제 없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포스트시즌 한 타석 최다 투구수 신기록에 대해서는 특유의 여유로 답했다.
“공이 앞으로 잘 안 나가더라. 꼭 살아나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결과를 냈어야 하는데 삼진을 당해 속상했다. 내일은 이로운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그의 끈질긴 승부는 후속 타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구자욱은 “안타 치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다. 치기 어려운 공이 많았지만 투구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됐다면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못하는 사람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3, 4차전 대구 홈경기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짓겠다”고 했고, 구자욱도 “팬들과 같은 마음이다. 대구에서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푸른 물결로 가득 찬 홈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의 함성이 더 크게 들렸다.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