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탈모·살해 협박까지, 더는 감독 못해" 계약 2년 더 남았는데…57세에 은퇴라니, 연봉 57억도 포기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10.15 00: 30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의 결정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2년 연속 90승 이상으로 이끈 마이크 쉴트(57) 감독이 전격 은퇴했다. 2027년까지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더 남았지만 최소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7억원 거액도 포기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쉴트 감독이 은퇴를 결정해 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MLB.com’은 ‘샌디에이고 구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두 시즌을 보낸 감독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즌 후 샌디에이고와 2년 연장 계약한 쉴트 감독은 2027년까지 지휘권을 보장받은 상태였다. 
쉴트 감독은 지난 12일 은퇴 결정을 샌디에이고에 전했고, 구단의 공식 발표는 이틀 뒤인 이날 이뤄졌다.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이 공개한 쉴트 감독의 편지에 따르면 쉴트 감독은 “무거운 마음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남을 알린다. 이 결정은 시즌 내내 고민을 해왔고, 지난 열흘 동안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며 “야구 시즌의 끝없는 소모는 내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내게 큰 부담이 됐다. 항상 남을 위해 헌신해왔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돌보며 물러날 때가 됐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샌디에이고에서 은퇴한 마이크 쉴트 감독. 2024.02.13 /sunday@osen.co.kr

57세로 은퇴하기 이른 나이라 쉴트 감독의 이 같은 결정은 여러모로 의외로 여겨진다. 구단과 불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지만 쉴트 감독은 부정했다. 이날 ‘디애슬레틱’과 전화 인터뷰에서 쉴트 감독은 건강 악화와 주목받는 자리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돼 2년 계약과 고액의 연봉을 포기해서라도 물러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쉴트 감독은 남은 연봉 일부라도 보전받는 것을 협의도 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했다. 이번 달까지만 급여를 받는다. 여러 구단 관계자에 의하면 쉴트 감독의 연봉은 최소 200만 달러다. 2년치로는 약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최소 57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포기할 정도로 감독직의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은퇴 결정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쉴트 감독은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말하고, 어떤 추측이든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난 그냥 지쳤고, 집에 가고 싶을 뿐이다. 이제서야 완전히 평온하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마이크 쉴트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2024.03.20 /jpnews@osen.co.kr
쉴트 감독은 8월말부터 은퇴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시즌 내내 불면증, 가슴 통증, 탈모를 겪은 데다 최근에는 스포츠 도박 문화 속에 낯선 사람들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시카고 컵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1승2패로 패한 뒤 쉴트 감독은 A.J. 프렐러 단장에게 “일주일간 집으로 돌아가 쉬면서 재충전하겠다”고 말했는데 결국은 은퇴 결심을 굳혔다. 
쉴트 감독은 “사람들이 내가 열정이 없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난 이 일은 시작한 첫 날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다”며 “하지만 자주 아팠고, 몸이 안 좋았다. 지쳐 있었고, 잠도 잘 못 잤다. 누구 탓도 아니다.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였고, 건강하지 못했다. 가끔은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할 때고 있다”고 말했다. 
쉴트는 노스캐롤라이나 해변가 별장에서 은퇴 생활을 하며 당분간 메이저리그 복귀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복귀를 절대 안 한다고는 말 못한다. 하지만 당분간 그 큰 의자에 앉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동안 평생 누리지 못한 삶의 질을 누릴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쉴트 감독은 “야구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정말 큰 축복이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단 한 번도 돈 때문에 일한 적은 없다”며 구단 프런트와 갈등으로 인한 은퇴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프렐러 단장을 아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매우 솔직하고 건전하며 투명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게 감독 기회를 준것에 대해 항상 감사할 것이다. 유일한 후회는 故 피터 사이들러 구단주와 열정적인 팬들이 꿈꾸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비전을 실현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은퇴한 마이크 쉴트 감독. 2024.03.19 /sunday@osen.co.kr
끝으로 쉴트 감독은 “정말 감사하고, 정말 행복하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벌써 57세다. 토니 라루사, 토레이 로불로, 짐 릴랜드, 론 워싱턴, 브루스 보치, 테리 프랑코나 같은 감독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지쳤다. 그분들도 모두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었다”며 “난 정말 좋은 환경에서 물러난다. 완벽하진 않지만 열정적이고 승리를 원하는 단장을 만났고, 훌륭한 투수코치와 타격코치, 탄탄한 코치진과 스태프가 있었다. 무엇보다 재능 넘치는 훌륭한 선수들록 구성된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했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또 다시 90승과 포스트시즌을 향한 모든 것을 감당할 준비가 됐나?’ 난 ‘예스’라고 답할 수 없었다”고 은퇴의 변을 밝혔다. 
쉴트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경력은 없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스카우트로 시작해 감독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2018년 시즌 중 세인트루이스 감독대행 맡아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됐고, 2019년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과 함께 3년 연장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1년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고도 경질됐고, 이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일하다 2023년 샌디에이고 선수 육성 담당 수석 고문을 맡았다. 
이어 지난해 샌디에이고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지난해 93승, 올해 90승으로 샌디에이고를 2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실패했다.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에 2승3패로, 올해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컵스에 1승2패로 패했다. 감독으로 6시즌 통산 성적은 775경기 435승34패(승률 .561). 2020~2021년 세인트루이스에서 투수 김광현,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내야수 김하성과 함께하며 한국인 선수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마이크 쉴트 감독. /  soul1014@osen.co.kr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성명을 통해 “쉴트 감독의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를 축하한다. 2년 연속 90승과 두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 포함 지난 4년간 파드리스 구단과 샌디에이고 지역 사회에 기여한 것에 감사하다. 그의 헌신과 야구에 대한 열정은 우리 구단에 큰 흔적을 남겼고, 앞으로의 여정에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이어 프렐러 단장은 “우리는 202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새로운 감독 선임 작업을 즉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프렐러 단장은 2014년 8월 부임한 이후 6번째로 함께할 감독을 찾게 됐다. 부임 당시 버드 블랙 감독이 이끌었던 샌디에이고는 2016~2019년 앤디 그린, 2020~2021년 제이스 팅글러, 2022~2023년 밥 멜빈에 이어 지난해부터 쉴트 감독이 지휘했다. 최근 3명의 감독은 2년밖에 팀을 이끌지 못했다. 
디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 차기 감독 후보로 내부에선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 브라이언 에스포지토 벤치코치, 스캇 서비스 특별 보좌역 등을 꼽았다. 외부 후보로는 샌디에이고에서 코치로 일했던 라이언 플래허티 컵스 벤치코치, LA 다저스 포수 출신 A.J. 엘리스, 필 네빈 LA 에인절스 감독이 언급됐다. 
개막 행사에서 샌디에이고 마이크 쉴트 감독과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3.29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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