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삼성 라이온즈로 결정났다.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길 바랐지만 4차전에서 삼성이 SSG 랜더스를 업셋으로 꺾고 대전행 티켓을 따냈다.
정규시즌 2위로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오른 한화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한화는 지난 5일부터 열흘간 플레이오프 대비 훈련을 가졌다. 9~10일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12·14일 국군체육부대 상무 피닉스와 4차례 연습경기를 가지며 실전 점검을 마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팀이 올라올지 여부였다. 정규시즌에선 한화가 각각 8경기, 10경기 차이로 앞섰지만 3~4위 SSG와 삼성 모두 껄끄러웠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나란히 8승8패, 호각세를 이뤘다. 특별히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만만히 볼 수 없는 팀들이라 어느 팀이든 한화로선 쉽게 볼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에도 이런 분위기가 읽혀졌다. 어느 팀이 올라오는 게 좋을지 여부에 대해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삼성과 SSG 모두 선발투수들이 좋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고, 어느 팀이 올라오든 최대 5차전까지 가서 힘을 빼고 오길 바랐다.

다만 SSG와 다시 붙는 게 부담스럽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일 문학 SSG전 끝내기 패배. 당시 5-2로 앞선 9회 2사 후 마무리투수 김서현이 현원회와 이율예에게 연속 투런 홈런을 맞고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다 잡은 경기를 허무하게 놓치면서 한화의 대역전 1위 가능성도 소멸됐다.
만약 그날 SSG전을 이기고, 3일 수원 KT전까지 승리하면 LG와 1위 결정 타이브레이커를 치를 수 있었기에 끝내기 패배의 충격이 상당했다. 당사자인 김서현도 “(충격을) 지우는 데 이틀이 걸렸다”고 털어놓았고, 팀 전체가 그날의 잔상이 꽤 오래 남아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SSG를 만나면 그때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마무리 김서현이 느낄 압박감도 엄청났을 텐데 삼성이 SSG를 업셋하고 올라오면서 한화는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사라졌다. 김서현이 올해 삼성전 8경기(8⅔이닝) 5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으로 강했다.

또 하나는 삼성이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포함 이미 가을야구를 6경기나 치렀다는 점이다. 6경기 모두 선발투수들이 6이닝 이상 던져 불펜을 충분히 아꼈고, 우천 취소도 한 경기 있어 체력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도 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큰 단기전은 1경기가 정규시즌 2~3경기에 비교될 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체력 저하도 플레이오프 후반으로 갈수록 지칠 가능서이 높다. 2015년 10구단 체제 시작 후 와일드카드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팀은 2021년 두산이 유일하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모두 3전2선승제로 일정이 축소된 영향이 있었다. SSG보다 삼성 상대로 한화가 훨씬 더 체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SSG가 떨어진 것이 게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삼성이 더 까다롭다는 의견도 있었다. 투수들이 올 시즌 팀 홈런 1위(161개) 삼성 타선에 경계심을 보였다. 3~4차전이 열리는 대구 ‘라팍’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에 김지찬, 김성윤 같은 컨택형 타자들도 있어 수비하는 입장에서도 늘 긴장해야 한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삼성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온 것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한화에 ‘삼성 킬러’ 투수도 있다. 올해 삼성전 3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며 18이닝 21탈삼진 5실점 평균자책점 2.50으로 강했던 문동주는 특히 대구 원정에서 통산 6경기(35이닝) 5승 평균자책점 1.29 탈삼진 39개로 초강세였다. 문동주는 “삼성전에 좋았지만 그걸 의식하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쉽지 않고, 똑같이 집중해서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삼성은 좋은 전력을 갖춘 팀이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멋진 승부가 기대된다. 우리도 정규시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해온 대로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한화 이글스가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도록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사표를 남겼다.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는 17일 대전에서 시작된다. 2주 휴식을 취한 한화는 1~2선발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를 1~2차전에 가동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준플레이오프 3~4차전에서 원태인과 아리엘 후라도를 쓴 삼성은 최원태와 헤르손 가라비토가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선발 매치업에서 한화가 우위를 갖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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