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개무량하죠, 작년에는 시즌 끝나고 바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이맘때 다른 팀들이 가을야구를 할 때 대전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었다. 8위로 가을야구가 좌절됐고, 시즌 종료 후 3일만 쉬고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보통 이 시기 가을야구 탈락 팀들의 고참들은 회복과 휴식에 집중하는데 1년 전 한화는 달랐다. 김경문 감독 주도하에 고참들도 이례적으로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강도 높게 훈련했다.
‘주장’ 채은성(35)이 그 중심에 있었다. 고참이지만 솔선수범의 자세로 훈련 분위기를 이끌며 구슬땀을 흘렸다. 노력의 결과가 1년 만에 바로 나타났다. 시즌 내내 1위 싸움을 하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한화는 7년 만의 가을야구를 대전에서 준비 중이다.
채은성은 “감개무량하다. 작년에는 시즌이 끝나고 바로 마무리 훈련으로 두 달을 보냈었다”고 떠올리며 “감독님이 작년 시즌 중간에 부임하셨다. 시즌을 다 치르고 난 뒤 마무리 훈련을 하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과 야구 스타일을 알게 됐다. 감독님이 그때부터 분위기를 잘 만들어 준비하셨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작년 이때 고생한 것이 열매를 맺은 것 같아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LG 시절 채은성은 6번의 가을야구 경험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29경기 타율 3할9리(97타수 30아낱) 4홈런 8타점 OPS .890으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채은성이지만 처음 가을야구에 나갔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특히 주전으로 맞이한 첫 가을야구였던 2016년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2경기 8타수 무안타 2삼진 1병살타로 맥을 못 췄다.

그는 “(노)시환이가 가을야구는 어떤 느낌인지 한 번 물어봤는데 분위기가 다르긴 하다. LG에서 처음 가을야구 주전을 할 때는 솔직히 벌벌 떨다 끝났다. 몸 풀러 그라운드에 나갔을 때부터 그 분위기가 있다. 기자분들도 엄청 많이 와 있고, 팬분들도 막 깃발을 흔들고 해서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시즌과 다르게 내일이 없다는 점에서 압박감도 더 받는다. 시즌 막판에 우리 팀이 타이트한 경기들을 하다 보니 젊은 선수들도 그런 느낌을 미리 받았을 것이다”며 시즌 막판 1위 싸움을 통해 가을야구가 처음인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봤다.
한화는 지난 1일 문학 SSG전에서 5-2로 앞선 9회 2사 후 마무리 김서현이 연속 투런 홈런을 맞고 끝내기 역전패를 하며 1위 가능성이 사라졌다. 그날 이겼으면 LG와의 1위 결정 타이브레이커도 가능헀지만 다 잡은 경기를 아쉽게 놓치면서 충격이 컸다.
2위로 정규시즌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플레이오프 직행도 한화로선 이미 초과 달성한 목표다. 시즌 전 한화는 5강 후보이긴 했어도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채은성이 내세운 현실적인 목표도 3위였다.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고, 17일부터 시작되는 삼성과의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는 한화에 보너스 게임이다.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채은성은 “4~5위는 간당간당하니까 3위를 목표로 가자 했는데 잘됐다. 시즌 막판 1위 경쟁을 할 때도 우리는 2위를 확보한 상태였고, LG가 쫓기는 입장이어서 우리가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담 없이 하다 보니까 계속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SSG전 끝내기 패배로) 진짜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야구는 정말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아픈 패배였지만 좋은 예방 주사였다는 생각을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화 이적 3년째를 맞은 채은성은 올 시즌 132경기 타율 2할8푼8리(480타수 138안타) 19홈런 88타점 OPS .814로 활약했다. 타격시 앞발을 드는 토탭으로 땅을 한 번 찍고 다리를 들며 타이밍을 맞췄는데 이 동작을 없애고 간결하게 타격폼에 변화를 주면서 5월 중순부터 꾸준함을 이어갔다. 중심타자이지만 큰 경기에선 작전도 나올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이 온 뒤 채은성은 페이크 번트 슬래시도 곧잘 성공시키며 빼어난 작전 수행력도 보여줬다.

연습경기 기간 한화는 4번 타자 노시환도 스퀴즈 번트할 만큼 모든 선수들이 작전 수행을 연습했다. 채은성은 “가을야구는 단기전이라 시즌과 다르다. 작전을 중점적으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여러 작전이 누구에게나 갈 수 있다”며 “LG 시절이나 한화에 처음 와서도 작전이 거의 없었는데 감독님이 오신 뒤 작전 수행을 많이 했다. 어느 상황에 어떻게 작전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집중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