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슈퍼 루키’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투수)의 두둑한 배짱이 빛났다.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과 집중력으로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끈 결정적 장면이었다.
배찬승은 지난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2-2로 맞선 8회 무사 3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첫 상대는 외국인 타자 길레르모 에레디아. 풀카운트 끝 7구째 151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긴장된 공기를 갈랐다.
이어 최정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지만, 한유섬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아웃을 만들어냈다. 이후 마운드를 이호성에게 넘겼고, 이호성이 고명준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라는 야구 격언처럼, 곧바로 삼성 타선이 응답했다. 8회말 2사 후 르윈 디아즈와 이재현이 백투백 홈런을 폭발시키며 3점 차로 달아났다. 삼성은 결국 SSG를 5-2로 누르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위기 상황에서 배찬승과 이호성이 너무 잘 던졌다. 팀도 살리고 나도 살렸다”고 웃었다. 배찬승은 “대구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무사 3루 절체절명의 순간,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코치님께서 ‘3루 주자 신경 쓰지 말고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으라’고 하셨다. 그 말대로 과감하게 던진 게 도움이 됐다”고 담담히 말했다.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 등 SSG 중심타선을 상대로 한 치의 위축도 없었던 그는 “물론 긴장되고 떨렸지만,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제 공을 던지자는 생각뿐이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날(13일) 9회 고명준에게 좌월 투런 아치를 허용했던 아쉬움이 이날 반전의 원동력이 됐다. “어제는 힘이 너무 들어갔던 것 같다. 오늘은 힘을 좀 빼고 던졌는데 훨씬 좋았다”. 배찬승의 말이다.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올 때 대구 팬들의 함성이 터졌다. 배찬승은 “정말 감사했다. 실감이 안 날 정도로 엄청난 함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미소 지었다.

배찬승과 가장 친한 선배인 이호성은 “(배)찬승이가 정말 잘하고 있다. 시즌 내내 부상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후배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배찬승은 “제가 존경해야 할 형이다. (이)호성이 형과 (육)선엽이 형이 없었다면 이렇게 잘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늘 조언해주고 이끌어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데뷔 첫해부터 가을야구를 경험한 그는 “하루하루 박빙의 경기라 숨이 막힐 때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있다.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곧 다가올 플레이오프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맞대결 희망 상대로 문현빈을 꼽았다. “제가 좌타자 나올 때 주로 던지니까 꼭 잡고 싶다”. 그의 눈빛엔 신인답지 않은 자신감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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