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호성이 또 한 번 팀을 구했다.
벤치가 가장 신뢰하는 불펜 투수 중 한 명인 그는 강력한 구위와 흔들림 없는 멘탈로 위기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단연 압권이었다.
이호성은 지난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2-2로 맞선 8회 2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 타자는 고명준. 이호성은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슬라이더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직후 삼성은 8회말 공격에서 르윈 디아즈의 우월 투런 아치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곧이어 이재현의 좌월 솔로 홈런까지 터지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삼성은 5-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호성은 “고명준 선수에 맞춰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불펜에서 팔을 풀 때부터 ‘고명준이 타석에 서 있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마운드에 오를 때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절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담담히 말했다.

8회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 팀이 곧바로 득점으로 화답했다. 이호성은 “다들 축하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위기를 막고 나서 바로 점수가 나와서 자신감이 더 커졌다. 이런 경기 하나하나가 제게 피와 살이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접전 상황에서 등판하는 불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평정심이다. 이호성은 “너무 흥분되지 않으려고 항상 차분하게 던진다. 위기를 막고 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제 그의 시선은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지금처럼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값진 경험을 쌓는 게 목표다. 마운드에 오르면 선후배 상관없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짧지만 단단한 각오였다.
한편,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위기 상황에서 영건 듀오 배찬승과 이호성이 너무 잘 던졌다. 팀도 살리고 나도 살렸다”고 웃으며 영건 듀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