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업체로부터 억대 뒷돈을 수수한 혐의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서 해임된 장정석(52) 전 단장과 김종국(52) 전 감독에 대해 대법원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상고기각 결정으로 확정했다. 1~2심에서 두 사람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이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지난해 3월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김 전 감독은 2022년 7월에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 관련 편의 대가로 6000만원을, 장 전 단장은 같은 10월에 야구장 펜스 홈런존 신설과 관련한 청탁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는 이들이 금품을 받고 후원사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영창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1차 공판에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돈을 받았지만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후원 업체인 김모 씨가 KIA의 팬으로 선수단 사기 진착 차원에서 준 돈으로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이를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이들에게 뒷돈을 줘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커피 업체 대표 김모씨 등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형사적 문제가 됐을 때 죄가 성립되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 도덕적 지탄과 무관하게 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시했다.
2심도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건넨 돈의 표현이나 수수 형식이나 경위를 볼 때 KIA 구단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지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씨가 청탁을 위해 개인적으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게 돈을 건넸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의 행위가 어떠한 도덕적, 법적 정당성이 있는지는 극히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적어도 검사가 기소한 배임 수재, 증재의 형사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은 항소심도 수긍한다”고 밝혔다.

장 전 단장의 경우 FA 자격을 앞둔 포수 박동원(LG)에게 최소 12억원의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2억원을 달라고 세 차례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배임수죄 미수 혐의도 있었지만 무죄를 받았다. 장 전 단장과 박동원 사이 녹취록을 근거로 두 사람의 청탁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고 봤다.
박동원의 폭로로 뒷돈 요구 사건이 드러난 2023년 3월 장 전 단장은 KIA에서 전격 해임됐다. 김 전 감독도 지난해 1월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구단으로부터 직무 정지 조치를 받았고, 이튿날 계약 해지로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KBO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던 두 사람의 뒷돈 수수 혐의는 이로써 완전히 무죄로 끝났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모두 법적 혐의에선 벗어났지만 프로야구계 복귀는 미지수다. 장 전 단장은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한 건 사실이고, 김 전 감독도 선수단을 위한 격려금을 착복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지탄은 피할 수 없다. 법적 처벌은 피했지만 야구계 품위를 손상시킨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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