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모친 오열 속 MBC 대국민 사과했지만.."가해자 지칭 부적절" [Oh!쎈 이슈]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25.10.15 13: 40

 MBC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사망 1년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 골든마우스홀에서 MBC와 고 오요안나 유족의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안형준 MBC 사장이 참석해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안형준 사장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며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MBC)의 다짐”이라며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번, 고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 오요안나의 명예사원증 수여식도 진행됐다. 고인의 모친은 오열하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곡기를 끊고 회사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 싸움을 하면서 프리랜서 계약을 썼다는 것이 많은 걸 힘들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이 구조적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 요구는 딸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제2의 오요안나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라며 “재발방지 대책이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억울한 죽음 이후 투쟁을 거치며 얻은 결과가 알맹이 없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저도 하늘에 있는 딸과 함께 MBC의 노력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MBC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에 대한 질문에는 “가해자라는 지칭은 부적절하다”며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고, 현재 소송 중이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했던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그러나 그의 사망 소식은 3개월이 지난 12월 10일에서야 알려졌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담은 약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MBC는 당시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며, 뒤늦게 지난 2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출범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통해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오요안나가 프리랜서 계약 형태로 일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고,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은 적용되지 않았다.
고 오요안나의 모친은 지난달 딸의 1주기를 맞아 MBC 사옥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방송사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27일간의 단식 끝에 지난 5일, MBC와 유족 간 합의가 이뤄졌고 단식은 종료됐다. /mk3244@osen.co.kr
[사진] SNS,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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