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요안나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사후 1년 만에 MBC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비록 '명예사원증'이지만 유족과 MBC의 합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남기고 있다.
MBC는 15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사옥에서 고 오요안나 유족들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안형준 MBC 사장이 참석해 지난해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를 기렸다.
특히 안형준 사장은 유족들이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공식적으로 사과한 데 이어, 고인에게 명예사원증을 수여했다. 또한 유족들과 함께 합의문에 서명하며 고인의 모친과 포옹했다.

그는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 밝혔고, "오늘의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MBC)의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라며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앞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출연했던 데다가 미모의 기상캐스터로 화제를 모으던 상황. 갑작스러운 청년의 부고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심지어 뒤늦게 알려진 부고가 비통함을 더했다. 사망 3개월이 지난 12월에야 부고가 대대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 가운데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며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촉발시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MBC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결과 "조직 내 괴롭힘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단 계약직 형태인 기상캐스터들의 특성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인정되지 않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괴롭힘'은 맞지만 '직장 내' 해당자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침묵 속에 사과를 미루던 MBC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나오자 뒤늦게 사과를 표명했다. 특히 "조직문화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동부에 제출한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바탕으로 이미 개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미진한 부분은 없는지 거듭 확인하고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규직, 외주사 직원 등 문화방송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도 밝혔다. 이에 "프리랜서 간, 비정규직 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최대한 빨리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더 보완, 강화하겠다"고. 나아가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동료들이 이를 인지했을 때는, 익명성을 담보 받고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규직도 계약직도 고용의 형태만 다를 뿐 같은 '조직'에 속해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MBC는 금토드라마 '달까지 가자'에서 비공채 직원의 서러움을 조명하고 있는 상황. 달까지 치솟기를 바라는 코인 가격처럼 인생 한방을 꿈꿔야만 빛을 볼 듯한 공채 아닌 흙수저 비공채 직원들의 애환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비록 오요안나의 사후 드러난 직장 내 괴롭힘은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 아닌, 같은 기상캐스터 안의 괴롭힘 문제였으나 현재 MBC의 상황을 돌이킬 때 매우 역설적이다.
방송사와의 합의는 이뤘지만 유족들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고인의 동료였던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5억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기자회견 하루 전인 지난 14일에도 서울중앙지압법원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김도균) 심리로 변론기일이 진행된 상황. MBC와 유족들의 합의가 고용 형태에 대한 문제였다면 이젠 괴롭힘의 주체에 대한 분쟁이 남은 셈이다. 제2의 오요안나가 나오지 않기까지, 아직 유족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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