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또 만날까 걱정했는데…한화 근심 덜었다, 김서현 트라우마 끝 "비싸게 얻은 경험, 빨리 잊으려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10.16 01: 40

“비싸게 얻은 경험이었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김서현(21)에겐 앞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지난 1일 문학 SSG전에서 5-2로 앞선 9회 마무리로 올라온 김서현은 두 타자 연속 초구에 투아웃을 잡았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현원회, 이율예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순시간에 3점 리드를 날린 과정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날 패배로 한화의 1위 가능성도 사라졌다. LG와 1위 결정 타이브레이커로 넘어갈 수 있는 흐름에서 나온 김서현의 블론세이브는 한화에 꽤 오랜 시간 잔상으로 남았다. 

한화 김서현. 2025.07.25 / dreamer@osen.co.kr

한화 김서현.  2025.07.09 /sunday@osen.co.kr

한화 주장 채은성은 “야구는 정말 끝날 때까지 진짜 모른다는 교훈을 얻었다. 9회말 투아웃에 누가 그렇게 될 줄 알았겠나”라며 “(김)서현이가 아웃카운트 2개를 너무 잘 잡았다. 1루에서 수비를 하며 머릿속으로 (3일 수원 KT전 선발) 오원석을 그리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런 생각조차 가진 저부터 반성했다. 서현이도 혼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마무리는 그만큼 무게를 견뎌야 되는 자리라고 말해줬다. 매번 잘할 순 없지 않나. 이걸로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시즌 33세이브를 올리고도 마지막 등판에서 큰 충격을 받은 김서현은 플레이오프 대비 연습경기에서 3차례 등판, 모두 1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안정을 찾았다. 첫 경기는 볼넷 2개로 흔들렸지만 이후 2경기는 볼넷 없이 깔끔하게 막았다. 
한화 김서현. 2025.08.19 /sunday@osen.co.kr
지난 14일 상무전에서 최종 점검을 마친 김서현은 “컨디션은 괜찮다. 포스트시즌 처음인데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무슨 말을 할지) 솔직히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최대한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페넌트레이스 때 마지막에 아쉬운 게 있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너무나도 뼈아픈 패배였지만 21세의 김서현은 아직 젊고, 앞으로 길게 펼쳐질 야구 인생을 생각하면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 오히려 포스트시즌 같은 더 큰 경기에서 무너진 게 아니라 다행일 수도 있다. “비싸게 얻은 경험이었다”고 대답한 김서현은 “(포스트시즌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팀에 중요한 시기였고, 많이 아까웠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언제까지 아쉬워할 수 없었다. 김서현은 “이틀 내로 빨리 지우려고 했다. 그날 경기 끝나고 선배님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어느 하나 꼽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조언들을 해주셨다”며 “그 다음날부터는 제가 알아서 해야 되는 부분이었다. 장난식으로 한두 번씩 (SSG전) 그런 얘기도 꺼냈다. 그렇게 해서라도 빨리 잊으려 했다”고 말했다. 
한화 양상문 코치가 김서현을 격려하고 있다. 2025.06.14 /jpnews@osen.co.kr
정규시즌의 마무리는 아쉬웠지만 김서현에겐 가을야구가 기다리고 있다. 만회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게 김서현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 포스트시즌이 처음인 그는 “다른 팀들이 가을야구 하는 것을 계속 보고 있는데 페넌트레이스 할 때랑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빨리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긴장감도 든다”고 설레는 마음을 표했다. 
한화의 플레이오프 파트너가 SSG가 아니라 삼성으로 결정된 것도 김서현 입장에선 호재라 할 만하다. 인천에서의 아픈 잔상이 아직 남아있고, 플레이오프에서 SSG를 다시 만났을 때 비슷한 상황에서 ‘트라우마’가 걱정됐다. 
한화 내부에선 이런 이유로 SSG가 아닌 삼성이 올라오길 바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삼성이 3승1패로 SSG를 업셋하면서 김서현의 트라우마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더군다나 김서현은 올해 삼성전 8경기에서 5세이브를 거두며 8⅔이닝 2피안타 1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초강세를 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 김서현을 위한 판이 깔렸다.
한화 김서현이 9회말 삼성 김영웅의 뜬공 잡고 7-6 승리를 확정하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2025.04.05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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