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선 4번째 선발이 1차전 불펜으로 던질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지난달 2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문동주(22)를 선발 코디 폰세 뒤에 붙일 것이라고 미리 예고했다. 그 전날 문동주가 선발로 나서기로 했던 경기가 우천 취소됐고, 20일 KT전 후에도 3일간 경기가 없는 일정이라 가능한 폰세, 문동주의 릴레이 출격이었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문동주를 상황에 따라 시리즈 초반 불펜 활용할 가능성도 봤다. 문동주가 가을야구에서 4선발이라면 1차전에서 불펜으로 던진 뒤 3일 쉬고 4차전 선발로 던질 수 있는 일정이 된다. 1차전이 아니면 2차전에 던진 뒤 이틀 쉬고 들어갈 수도 있다. 선발은 보통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을 하는데 단기전에선 실제 불펜으로 활용하는 운영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날 KT전에서 6회 두 번째 투수로 나선 문동주는 3이닝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위력투를 펼쳤다. 총 투구수 37개로 최고 시속 161.4km, 평균 156.2km 직구(20개), 포크볼, 커브(이상 7개), 슬라이더(3개)를 던졌다. 짧은 이닝 힘을 압축해서 던지며 데뷔 후 개인 최고 구속을 찍었다.
그날 문동주를 상대한 KT 중심타자 안현민도 “선발로 상대할 때보다 더 까다로웠다. 선발일 때는 커맨드를 잡고 체력을 분배해 던진다면 오늘은 매구 매구 100% 힘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타석에 서있는데 죽일 것처럼 던져서 무섭더라. 직구가 워낙 좋아서 쉽지 않았다”며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문동주는 플레이오프 대비 연습경기였던 지난 14일 상무전도 선발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재원에게 솔로 홈런을 하나 맞긴 했지만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최종 점검을 마쳤다. 연습경기에도 최고 시속 159km를 뿌릴 만큼 힘이 넘쳤다.

이날 경기 후 문동주는 “편하게 던지는데도 힘이 잘 실렸다. 포스트시즌 때도 오늘 같은 공을 던지면 좋겠다”며 “오늘 경기로 실전 연습은 다 끝났다. 준비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하던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특별하게 뭔가 더 하려고 하면 변수가 될 것 같아서 똑같이 하던 대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초반 불펜으로 던질 각오도, 준비도 됐다. 문동주는 “불펜으로 준비를 해봤으니까 괜찮을 것 같다. 불펜으로는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 혼자 떨지만 않으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시즌 막판 불펜 필승조들의 힘이 떨어진 한화로선 문동주가 1차전이나 2차전 중 7~8회 1이닝만 막아줘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1~2차전에서 한화 원투펀치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를 만나게 될 삼성 타자들은 ‘불펜 문동주’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문동주는 올해 삼성전 3경기(18이닝) 3승 평균자책점 2.50 탈삼진 21개로 강했다. 통산 전적도 8경기(7선발·42이닝) 6승1홀드 평균자책 1.50 탈삼진 48개로 초강세였다. 문동주는 “어느 팀이 올라오든 쉽지 않고, 똑같이 집중해서 던질 것이다”고 말했지만 삼성이 올라온 것을 내심 반길 것이다.

문동주는 가을야구가 처음이지만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같은 국제대회에서 큰 경기 경험이 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선 결승 대만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 이겨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첫 가을야구도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문동주는 “그때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 것이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더 많아졌는데 포스트시즌은 처음이니 또 생각 없이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뒤에 좋은 투수들이 많아서 제 몫만 하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지금 우리 팀 상황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형들과 동생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모든 걸 다 하려는 것보다 제 몫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날씨가 추워지는데 관중분들이 야구장에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그 열기가 선수들이 야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제가 추위를 좀 타는데 열기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7년 만에 가을야구를 보는 한화 팬들의 열정 가득한 응원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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