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훈련하던 듣보잡 투수’ 동네 접골원장 만나더니 MLB 최고투수로 우뚝 서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10.16 09: 20

NLCS 완투승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뭐 하는 짓이야?” 코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도 그럴 법하다. 엉뚱한 짓을 하는 탓이다.
치열한 훈련장이다. 다들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린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무게를 친다. 온 힘을 쥐어짜 내며 공을 뿌려댄다.

OSEN DB

유독 한 명만 아니다. 혼자 느긋하고 여유롭다.
요가 매트를 깐다. 그 위에 누워서 설렁설렁 몸을 푼다. 물구나무를 섰다가, 레슬링 선수처럼 백 스프링 자세도 한다. 장난스럽게 그 자세로 한 바퀴 빙그르르 돈다.
조금 뒤에는 고무줄을 꺼낸다. 이리저리 죽죽 당기며 한가한 스트레칭을 이어간다.
그러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집어 든다. 장난감 같이 생긴 작은 모형 창(槍, javelin)이다. 야구공 대신 그걸 던지면서 논다.
지켜보는 코치의 심정이 오죽하겠나.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고참이면 그러려니 한다. 이제 갓 입단한 철없는 신인이다. 고교 무대를 떠들썩하게 만든 스타였나? 천만에. 고시엔 근처에도 못 가봤다. 드래프트 4번째 지명이니, 대단한 기대주는 아니다.
2016년 오릭스 버팔로즈의 가을 캠프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다저스의 에이스가 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18살 때 얘기다.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분이 이렇게 훈련해야 된다고 하셔서요.” 당돌한 루키는 전혀 기죽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할 일을 계속한다.
LA 다저스 공식 SNS
그로부터 몇 달 전이다. 까까머리 고교생이 오사카 뒷골목을 헤맨다. 간신히 찾아간 곳은 한 접골원이다.
까까머리 “원장님 계세요?”
원장 “아, 네가 요시노부야?”
까까머리 “제가 이제 프로 팀에 가게 될 것 같아서요.”
원장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리고 불청객의 위아래를 훑는다. 표정이 영 안 좋다.
원장 “그래,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지?”
까까머리의 대답은 속사포다.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 피칭…. 매일 같이 엄청난 양을 소화한다고 자랑을 쏟아낸다.
원장은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시큰둥하게 묻는다. “그래, 그런데 아픈 데가 좀 있지?”
족집게 점쟁이다. “예, 팔꿈치 하고, 다리 쪽이 조금 안 좋은데요.”
이어 진단이 나온다. 매정하고, 차갑다.
“집이 오카야마 비젠이라고 했나? 거기 바다가 좋지. 어부들이 많이 사는 곳 아닌가. 자네 몸으로 프로는 무리야. 전혀 가능하지 않아. 고향에서 배 타고, 고기나 잡으러 다니면 딱 좋아 보이는 체격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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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골원 이름이 고급스럽다. 키네틱 포럼(KINETIC FORUM)이다. 원장은 야다 오사무라는 인물이다. 특유의 신체 단련법을 개발해 화제였다. 엘리트 선수들에게도 입소문이 날 정도였다. MLB에서 뛰던 쓰쓰고 요시토모가 고객이었다.
풍문을 듣고 찾아간 18살 야마모토였다. 지금도 투수로는 작은 체격(178cm, 80kg)이다. 당시에는 더 호리호리했다. 원장의 냉담함에 넙죽 엎드린다.
“선생님, 꼭 프로에 가고 싶습니다. 성공할 자신도 있습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절절한 애원의 눈빛이다. 그렇게 한참의 침묵이 흐른다. 이윽고 묵직하게 입이 열린다.
“딱 하나 길이 있지. 바꾸는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전부다. 그렇게 할 수 있겠나?”
묻지도, 따지지도 마라. 반문이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철저한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예, 그럼요. 방법만 알려 주십시오. 무조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그 훈련법이다. 요가 매트를 깔고, 고무줄을 당기고, 공 대신 장난감 창을 던지는 방식 말이다.
오릭스 구단도 처음에는 “뭐 이런 게 다 있나” 했다. 하지만 그를 스카우트한 담당자(야마구치 가즈오)의 신신당부가 통했다.
하긴. 드래프트 4위다. 크게 밑질 일도 없다. “그냥 좀 지켜보자”는 말이 통했던 이유였다. (입단 계약금 4000만 엔, 약 3억 7600만 원)
유튜브 채널 Shinsuke Handyman 캡처
까까머리는 2군에서 출발했다(2017년). 첫 8경기 성적이 꽤나 괜찮았다. ERA(평균자책점)가 0.27에 그쳤다. 8월이 되자 바로 1군에 콜업됐다.
하지만 4년 차까지는 그저 그랬다. 1~2군을 오가는 평범한 전력이었다.
5년 차(2021년)에 충전이 완료된다. 그리고 폭발한다. 이후 3년 연속 리그를 평정했다. 다승, 방어율(일본식), 탈삼진 3관왕을 휩쓸었다.
그리고 2024년 MLB에 진출한다. 역대 최고 대우로 다저스에 입단한 것이다. 12년 동안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620억 원)를 받기로 했다.
그의 미국행은 혼자가 아니다. 동반자가 있다. 바로 그 오사카 접골원장이다. 스승 야다 오사무도 다저스와 사인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는 개인 트레이너지만, 엄연한 직함도 있다. 경기력 강화 부문의 자문역(Performance Consultants)이다.
작년 스프링캠프 때다. 클레이튼 커쇼, 타일러 글래스나우, 워커 뷸러 같은 투수들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창 던지기 비법을 전수받는 장면도 카메라에 찍힌다.
가장 열심인 것은 의외로 무키 베츠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엄청난 체격이었다면 관심 없었겠지요. 그런데 나랑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훈련법이 더 궁금했죠.”
다저스에서 그는 ‘야다 센세이(선생의 일본어)’라고 불린다.
그에게도 어제(한국시간 15일)는 특별한 날이었다. ‘시골 가서 고기나 잡아라’라고 했던 제자가 챔피언십 시리즈(NLCS)에서 완투승을 거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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