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또 다른 좌완 투수를 발굴해내는 것일까.
롯데의 올 시즌 불펜진에서 수확은 좌완 정현수의 발굴이었다. 2년차 시즌을 맞이한 정현수는 확실한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리그 불펜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82경기에 등판하면서 ‘고무팔’의 면모를 과시했다. 역대 13번째로 80경기 이상 출장한 투수가 됐다. 시즌 최다 등판 역대 공동 6위에 해당하는 기록.
이닝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82경기 47⅔이닝 2승 12홀드 평균자책점 3.97, 피안타율 2할1리, WHIP 1.26의 성적을 남겼다. 시속 140km대 초중반의 구속이지만 짧은 백스윙의 투구폼으로 좌타자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우타자 상대로도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1군의 확실한 좌완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롯데가 고대하던 좌완 계투 자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정현수를 보좌해야 할 좌완 투수는 부족했다. 시즌 중반, 최고 시속 156km에 달하는 충격적인 강속구를 뿌리며 등장한 좌완 홍민기는 후반기 필승조로 기대를 모았지만 잠깐 반짝한 이후 팔꿈치 쪽 통증이 발생하면서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심리적인 안정도 필요하다고 판단을 하면서 일단 8월 중순 1군에서 말소된 이후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 25경기 32이닝 승리 없이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3.09의 성적을 기록했다.

정현수와 비슷한 유형의 송재영도 올해 46경기 등판해 27이닝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4.00의 기록을 남겼지만 확실하게 1군에 자리 잡지 못했다.
정현수가 데뷔 2년차 시즌에 많은 경기에 등판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년에 대한 걱정 역시 자연스럽게 커졌다. 82경기에 나섰기에 피로도는 그 누구보다 많이 쌓였다. 그것도 풀타임 불펜으로는 첫 번째 시즌을 보낸 만큼, 이듬해 몸 상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현수를 보좌할 만한 확실한 좌완 투수를 더 많이 발굴하는 게 롯데 입장에서는 올해 비시즌 주요한 과제다.
지난 15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2025 울산-KBO FALL LEAGUE(폴리그)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롯데는 대학 선발팀을 상대로 15-2로 대승을 거뒀다. 올해 육성선수 신인 외야수 박건이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고 내야수 이호준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역시 육성선수 신인 김동현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박준우가 3이닝 31구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박준우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좌완 이영재의 강속구 호투가 눈부셨다. 이영재는 2이닝 32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고 시속 148km, 평균 시속 144km의 공을 뿌리면서 호투를 펼쳤다.
신흥고를 졸업하고 2025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64순위로 지명된 이영재. 신흥고 출신으로는 최초로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고 프로에 직행한 선수가 됐다. 프로필상 180cm 71kg의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는 좌완 투수다.
올해 홍민기 윤성빈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낸 김상진 코치의 또 다른 작품이다. 올해 1군에서는 3경기 밖에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2군에서는 최고 145km 정도의 구속을 2군에서는 평균 145km로 끌어 올렸다. 최고 구속도 140km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2군 마운드를 책임졌다. 입단할 때는 64kg에 불과했다고. 입단 이후 10kg 가까이 증량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공에 힘이 붙었고 꾸준히 우상향 하면서 프로 첫 시즌을 마쳤다.
2군에서 30경기 48이닝 4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56의 성적을 남긴 이영재.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자원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2년차에 스텝업하며 1군에 연착륙했던 정현수처럼 이영재도 그 루트를 똑같이 밟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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