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를 무려 2개나 갖고 있는 베테랑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안치홍(35)이 한화의 플레이오프 여정에 합류하지 못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 된 한화 이글스. 저마다의 팀에서 가을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은 있지만 한화 유니폼을 입고 가을야구를 경험해 본 선수들은 사실상 전무하다.
투수 박상원 김범수, 포수 최재훈, 내야수 하주석이 가장 최근 한화 유니폼을 입고 포스트시즌을 겪어본 선수다. 류현진은 한화 소속으로 가을야구를 밟은 건 2007년이 마지막이다. 2006년 신인왕 시즌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바 있다.

외부에서 합류한 선수들도 가을야구 경험이 적지 않다. 채은성, 이재원, 심우준, 손아섭 등은 저마다 소속팀에서 포스트시즌을 누볐고 가을야구 베테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승선했다.
하지만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하고, 또 우승 반지까지 2개나 갖고 있는 안치홍은 이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2023시즌이 끝나고 4+2년 총액 72억원이라는 고액 FA임에도 현실은 냉정했다.

올 시즌 성적만 보면 당연하다. 올해 안치홍은 크고 작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66경기 출장에 그쳤다. 타율 1할7푼2리(174타수 30안타) 2홈런 18타점 OPS .475의 성적에 그쳤다. 그래도 오랜만의 가을야구에서 경험이라는 측면을 무시하기도 힘들었는데 김경문 감독은 안치홍을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예정된 수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안치홍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1루수는 채은성, 2루수는 하주석과 이도윤 황영묵이 책임질 수 있다. 지명타자 자리도 손아섭이 나서야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외야수로 분류된 김태연도 1루수가 가능하다.
아울러 안치홍은 정규시즌 막판이던 10월 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정규시즌 최종전을 1군 소속이 아닌 상황에서 지켜봐야 했다. 안치홍이 포스트시즌 구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다만, 안치홍은 포스트시즌 통산 19경기 나섰고 또 한국시리즈 무대를 주도적으로 누비며 우승 반지도 2개나 갖고 있는 선수다. 2009년과 2017년 KIA 타이거즈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모두 주전이었다. 안치홍의 경험적인 측면에 더해 전력적으로는 우타자 대타로서 가치도 고려할 수 있었다. 우타자 중에서는 가장 많이 대타로 나섰던 선수가 안치홍이기는 했다. 대타로는 16타석 15타수 3안타, 타율 2할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화는 이 역할을 이진영과 김태연에게 맡길 복안으로 보인다. 김태연이 대타 타율 6푼7리(15타수 1안타), 이진영이 대타 타율 2할5푼(14타석 12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우타 대타가 부족하지만 최인호 이도윤 황영묵 등 좌타자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최인호가 올해 팀 내에서 대타로 가장 많이 나섰고 성적도 좋다. 43타석에 들어섰고 타율 3할8리(39타수 12안타)를 기록했다. 또한 이도윤이 대타 두 번째 옵션이었는데 21타석에 들어서서 타율은 4할(20타수 8안타)에 달했다.

굳이 따지면 좌타자 권광민과 안치홍의 역할이 겹칠 수 있었는데, 권광민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한 반면 안치홍은 제외됐다. 안치홍에 대한 한화 벤치의 기대치가 얼마나 낮은지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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