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나로 가투소(48) 감독이 이탈리아 축구를 구할 수 있을까. 그가 말 그대로 2026 북중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인생을 걸었다.
미국 'ESPN'은 16일(이하 한국시간) "가투소는 월드컵 본선행이 또 실패하면 이탈리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대표팀이 3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하면 망명 생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5일 이탈리아 우디네세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I조 6차전에서 이스라엘을 3-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이탈리아는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5승 1패(승점 15)로 6전 전승을 달린 노르웨이(승점 18)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행이 유력한 이탈리아다.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려면 남은 두 경기에서 노르웨이와 격차를 뒤집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엘링 홀란을 앞세운 노르웨이가 골득실 +26으로 이탈리아(+10)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 이탈리아가 홈에서 노르웨이를 잡아내더라도 노르웨이가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미끄러지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
플레이오프도 험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플레이오프에는 유럽 예선 12개 조에서 각 조 2위를 차지한 12팀과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상위 4팀이 합류한다. 그리고 16팀 중 단 4팀만이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번에도 이탈리아가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다면 어느덧 3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가 된다. 이탈리아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로 심각한 부진에서 허덕이고 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유럽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월드컵 도전도 쉽지 않다. 이탈리아는 2023년 8월 김민재의 스승이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을 야심 차게 선임했지만, 지난 6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UNL 8강에서 탈락했고, 이후로도 경기력이 개선되지 않은 끝에 노르웨이 원정 0-3 대패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뒤이어 이탈리아 감독직을 맡게 된 가투소 감독. 그는 지도자 커리어가 뛰어나지 않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부임 후 4경기에서 4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비록 상대가 에스토니아와 이스라엘로 한 수 아래 팀이긴 했지만, 4경기에서 16득점 5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가투소 감독은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게 돼 영광이라며 본선 진출을 위해 모든 걸 걸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월드컵에 진출해 목표를 이룬다면 내 공을 인정받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탈리아를 떠나게 될 거다. 이탈리아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투소는 감독은 "나는 이미 스페인 마르베야에 살고 있다. 이탈리아와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만약 월드컵에 가지 못하면 난 심지어 더 멀리 떠날 거다. 그게 결과다. 나도 잘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월드컵에서 4번이나 우승한 이탈리아의 명가 재건을 꿈꾸고 있는 가투소 감독이다. 그는 "전에도 말했지만, 이곳에 있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그리고 사실이다. 나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감독들이 있었다. 그래서 난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를 맡았다"라며 "내가 팀을 16골이나 넣게 할 줄은 몰랐지만, 모두 선수들 덕분이다. 내 몫은 거의 없다. 우리는 계속 이 길을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이탈리안 풋볼 TV, 디 애슬레틱, ESPN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