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4, 파리 생제르맹)이 아시아의 왕좌에 올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올해의 국제 선수상’을 품으며 손흥민, 김민재의 계보를 잇는 또 하나의 한국인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AFC는 17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의 아이콘 이강인이 2025 AFC 어워드 리야드에서 올해의 아시아 국제 선수로 선정됐다”며 “그의 눈부신 활약은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다”고 발표했다.



이강인은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와 이란의 메흐디 타레미(인터 밀란·올림피아코스)를 제치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AFC는 “24세의 이강인은 손흥민, 김민재에 이어 아시아 축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며 “대한민국 선수의 4년 연속 수상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완성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시상식이 열린 사우디 리야드의 파하드 왕 문화센터는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무대의 중심에는 단연 이강인이 있었다. AFC는 “비단처럼 부드럽지만, 순간의 폭발력은 누구보다 강하다. PSG에서의 지난 시즌은 그의 커리어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의 시즌은 말 그대로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2024-2025시즌 리그1 4연패를 넘어, 트로페 데 샹피옹, 쿠프 드 프랑스,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휩쓸며 ‘사관학교급 쿼드러플’을 완성했다. 그 중심에 이강인이 있었다.

특히 PSG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유럽 무대의 역사를 다시 쓴 사건이었다. 결승전에서 PSG는 인터 밀란을 5-0으로 완파하며 구단 창단 이래 첫 UCL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강인은 한국 선수로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7-2008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UCL 정상에 오른 주인공이 됐다.
이강인의 시즌 기록은 49경기 7골 6도움. 리그와 컵,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합친 숫자다. 전체 26경기 선발, 23경기 교체 출전으로 꾸준히 출전하며 팀의 공격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시즌 막판 주전 경쟁이 치열해지며 출전 시간이 다소 줄어든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PSG의 역사적인 트레블,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팀 성적은 모든 것을 덮고도 남았다.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였다.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의 에이스로 활약한 구보는 52경기 7골을 기록하며 개인 기록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팀의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소시에다드는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며 유럽 대항전 진출에도 실패했다. AFC가 “구보의 활약은 훌륭했지만, 우승 실적 면에서 이강인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이강인과 구보는 동갑내기이자 ‘스페인 유학파 절친’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유스 출신, 구보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경쟁과 우정을 동시에 나눴다. 둘은 2018년 마요르카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Kubo & Kangin 콤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함께 사우나를 즐기며 웃던 두 청년은 어느새 자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AFC는 이번 수상이 단순한 개인의 영예를 넘어, 아시아 축구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강인은 수상 소감에서 “대한민국과 아시아를 대표해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나를 믿고 응원해준 모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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