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준, 노안 논란 넘어 첫사랑 아이콘으로…아련히 남은 '백번의 추억'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5.10.20 10: 20

‘백번의 추억’은 배우 허남준에게 도전이자 증명이었다. 32살의 나이에 교복을 입으며 불거진 ‘노안 논란’과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을 불렀던 러브라인의 중심에서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8개월의 시간 동안 묵묵히 캐릭터를 쌓아 올렸고, 마침내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1980년대의 아련한 첫사랑 ‘한재필’을 온전히 새겨 넣었다.
최고 시청률 8.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 그 성공의 중심에는 단연 허남준이 있었다. 부유한 집안 아들이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닌 입체적인 인물 한재필을 통해, 그는 왜 우리가 지금 배우 허남준을 주목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냈다.
SLL 제공

에이치솔리드 제공

▲ 논란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솔직함, “죄송스럽다”
“‘나는 괜찮겠지’ 했는데 그런 반응이 있다는 것에 죄송스럽다.”
32살의 허남준이 고등학교 3학년 한재필을 연기한다는 소식에 ‘노안 논란’이 불거졌다. 선 굵은 연기를 주로 선보여온 그에게 교복은 어색한 옷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허남준은 논란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진첩을 보니 당시 고등학생들이 생각보다 성숙한 느낌이어서 크게 이질감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도 “노안으로 느끼신 분들이 있다니 안타깝고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다음에 교복을 입어야 한다면 ‘말죽거리 잔혹사’ 정도의 작품을 하겠다”는 유머러스한 다짐을 덧붙이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연기로서 증명하겠다는 배우의 건강한 자신감의 발로였다.
에이치솔리드 제공
▲ ‘백마 탄 왕자’ 그 이상의 디테일, “몸을 포기하고 얼굴에 초점”
한재필은 ‘딱 봐도 부잣집 아들래미 티 나는 외모’를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허남준은 단순히 외형을 꾸미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뉴트로’라는 드라마의 콘셉트에 맞춰 두발자유화 시기, 지금 봐도 스타일리시한 헤어스타일 등 시대적 고증과 현대적 감각을 조율하며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완성해나갔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의 치열한 자기 관리였다. 그는 “외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 포커스를 뒀다”고 말했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노력이 숨어있었다. 허남준은 “‘스위트홈’에서는 몸을 드러내야 해서 근육량을 키우고 체지방을 감소시켰다면, ‘백번의 추억’에서는 얼굴이 샤프하게 보일 수 있도록 식단을 맞췄다”며 “몸을 포기하고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캐릭터의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디테일은, 한재필이라는 인물에 단순한 ‘꽃미남’ 이상의 깊이를 더했다.
에이치솔리드 제공
▲ 흔들리는 러브라인, 그 중심을 잡은 진심
극 중 한재필은 고영례(김다미)와 서종희(신예은) 사이에서 흔들리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특히 10화 이후 러브라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커졌을 때, 그는 캐릭터의 진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허남준은 “한재필이 두 사람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수정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영례로 인해 성숙해지고 있는데 종희가 나타났다. 악의적으로 재거나 하는 모습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한재필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고 캐릭터를 변호했다. 시청자 반응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 그 감정선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그의 뚝심은 결국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에이치솔리드 제공
▲ ‘극내향인’ 동료들과의 호흡, “정서 교류가 잘된다는 느낌”
허남준은 스스로를 “자신의 신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극내향형’ 김다미와 ‘내향형’ 신예은 사이에서 그는 먼저 다가가 질문하고, 엉뚱한 농담을 던지며 현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내가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해도 잘 받아줘서 편안했다. 너무 따뜻했기에 의지도 많이 했다”며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러한 노력은 스크린 위에서 완벽한 시너지로 나타났다. 허남준은 “촬영 중 어느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상대와 정서를 잘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 교류가 잘된다는 느낌과 함께 만족감이 들었다”며 로맨스 연기의 핵심인 ‘교감’의 순간을 회상했다. 그의 사교성과 배려는 ‘백번의 추억’이 애틋한 멜로 감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SLL 제공
8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허남준은 “너무 따뜻했기에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백번의 추억’은 그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논란을 딛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낸 배우 허남준. 그의 작은 도전들이 모여 앞으로 어떤 큰 성취를 이뤄낼지,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lnino8919@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