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이현중(25, 나가사키)의 맹활약은 일본 재외동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나가사키 벨카는 18일 도쿄 아오야마 학원에서 개최된 2025-26 일본프로농구 B리그 정규리그서 시부야 선 로커스를 85-76으로 제압했다. 5연승을 달린 나가사키(5승 1패)는 서부지구 1위를 지켰다. 두 팀은 19일 재대결한다.
이번에도 이현중이 터졌다. 팀의 주전 스몰포워드로 선발출전한 이현중은 30분 46초 동안 19점을 몰아쳤다. 2점슛 7개는 모두 성공시켰고 3점슛은 1/3였다. 7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곁들이며 공수에서 돋보였다. 특히 공격리바운드 4개를 잡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사진] 나가사키에서 활약하는 이현중 / 나가사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19/202510190157778119_68f3c8cba85ac.jpeg)
이현중은 23점을 올린 외국선수 자렐 브랜틀리, 15점의 스탠리 존슨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일본국가대표 유다이 바바도 13점을 보탰다.

올 시즌 이현중은 15.8점, 6.7리바운드, 2.7어시스트로 나가사키의 에이스 역할을 다하고 있다. 외국선수 3명을 보유하고 2명이 동시에 뛰는 일본프로농구에서 한국선수가 에이스로 뛴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다.
외국선수 비중이 높은 일본은 득점랭킹 1-50위까지 대부분이 외국선수다. 일본선수는 17.2점을 올리는 국가대표 슈터 도미나가 게이스케가 17위로 이름을 올렸다. 이현중은 15.8점으로 전체 27위, 아시아쿼터 중 단연 1위다. 이현중의 나가사키 동료 스탠리 존슨이 평균 23점으로 전체 1위다.
이대로라면 이현중의 올스타 선발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시즌 양재민이 한국선수 최초로 올스타에 선발됐다. 올 시즌 올스타전은 이현중의 홈구장 나가사키에서 열린다. 팬투표로 진행되는 올스타전에서 이현중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이현중은 “아직 올스타 선발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루하루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에 진시된 원폭 모형](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19/202510190157778119_68f3c8cd6c721.jpeg)
이현중의 활약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나가사키는 한국인들에게 아픔이 있는 지역이다. 1945년 8월 9일 미국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그 결과 수십만 명의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일본은 8월 15일 연합군에 항복을 선언했고 9월 2일 전쟁이 끝났다.
당시 일제의 군수공장이 있는 나가사키에 수만 명의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됐다. 원폭으로 인해 만 명이 넘는 조선인들도 사망했다. 조선인을 강제징용해 석탄을 캐게 했던 ‘군함도’ 역시 나가사키에 있다. 일본은 아픈 역사를 감추고 군함도를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랬던 일본이 이제 이현중의 3점슛에 열광하고 있다. 나가사키 구단 역시 “한국에서 슈퍼스타가 왔다”며 이현중의 활약을 반기고 있다. 나가사키 홈구장 해피니스 아레나에 이현중 유니폼 품절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사진] 나가사키 조선인 원폭피해 위령비](https://file.osen.co.kr/article/2025/10/19/202510190157778119_68f3c8ce066dd.jpeg)
이현중 활약 덕분에 일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와 음식 등 문화가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제 이현중을 통해 K농구까지 바람을 타고 있는 셈이다. 격세지감이다.
이현중은 “일본선수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일본도 한국 붐이라 한국말로 말도 걸어준다. 영어가 잘되니 외국선수들과 소통이 잘된다. 내가 외국선수와 일본선수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겼다.
한국선수 이현중의 활약으로 일본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현중이 작은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