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32)이 “꼭 우승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이날 입고 나온 빨간 바지는 그러나 마법의 바지가 아니었다. 약속의 빨간 바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날의 김세영에게는 마법이 생기면 안됐다. 이미 2위 그룹과 4타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선두를 확고히 하는 과정만 필요했다.
김세영이 5년만에, 간절하게 바라던 우승에 성공했다. 19일, 최종 4라운드 경기로 막을 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25’(총상금 230만 달러=약 32억 7000만 원, 우승상금 34만 5000달러=약 4억 9000만 원)에서 24언더파를 적어냈다. 개인 통산 13번째 우승이다.

2015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메이저 1승 포함 12승을 올리고 있던 김세영의 직전 우승은 2020년 11월의 펠리칸 챔피언십이다. 5년 동안 새로운 우승 소식이 없었다.
우승 소식이 뜸해진 동안 김세영은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다.
김세영은 “2020년 이후 우승 소식을 들려주지 못한 바람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멘탈적으로도 그렇고 골프를 즐기지도 못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목표 의식이 생겼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예전에 안주했던 것 같다. 작년부터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제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루키가 아니지만 루키의 자세로 은퇴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자세를 가다듬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785야드)에서 펼쳐진 4라운드 경기는 김세영을 다시 깨어나게 만드는 약속의 관문이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한 욕망으로 스스로를 다그쳤던 김세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오늘 1번홀 티 그라운드에 섰을 때 긴장감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세영 4타차라는 넉넉한 스코어로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최종 라운드의 초반은 팽팽한 긴장 속에 열렸다.

김세영이 2라운드 이후 사흘 내내 슬로스타터의 모습을 보이는 사이에 2위 그룹에 있던 미국의 노예림이 스코어를 줄이며 강하게 압박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이 상황을 두고 “노예림이 타수를 줄이며 압박해 들어와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세영이 마음을 다잡기 시작하자 바로 스코어카드가 반응했다.
파3 3번홀에서 보기를 범했던 김세영은 파4 5번홀부터 본격적으로 버디 사냥을 시작했다. 5번 홀부터 내리 3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선두를 추격하던 동반자들에게서 한숨 소리가 나오는 듯했다. 김세영은 이후에도 3개의 버디를 더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였다. 나흘 동안 단 한 번도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다.
4라운드 동안 62-66-69-67타,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의 빼어난 성적으로 김세영이 최종 우승자가 됐고, 챔피언조에서 함께 플레이 한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가 20언더파 단독 2위가 됐다.
우리나라의 김아림과 프랑스의 셀린 부띠에가 18언더파 공동 3위, 경기 초반 김세영을 긴장하게 했던 노예림이 호주의 한나 그린과 함께 17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