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하늘이 잘하는 능청스러운 코미디를 들고 또 한번 웃음을 선사한다. 차은우의 황홀한 비주얼과 함께. 어린 시절 우정의 향수를 다음이 아닌 지금 불러일으킬 '퍼스트 라이드'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브레인샤워·티에이치스토리)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 영화다. 전작 '30일'로 216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이 재회한 작품이다.
전교 1등에 싸움도 잘하는 태정과 농구부 주장이었으나 부상으로 꿈을 잃은 도진, 차은우의 캐스팅으로 도대체 어느 동네에 이런 얼굴이 한 트럭인지 궁금해지는 연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금복까지. 이들은 '삼총사'와 달타냥 마냥 반평생 그 이상을 함께 해온 '찐친'이다. 뉴질랜드 이민을 앞둔 연민을 위해 친구들과의 생애 첫 해외 여행을 태국으로 기획한다. 어른들 없이 자기들끼리만.


아무리 곧 성인이 되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하지만, 보호자 없이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만 해외 여행을 보내기는 불안한 게 부모 심정일 터. 태정은 이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연민을 위해 하루 3시간만 자는 분투 끝에 수능 유일한 만점자로 전국 1등을 거머쥔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어른들에게 '다음에'는 곧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뱉지만 동시에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라고 호소하며 여행 허락을 받아낸다.
"우리 다음에 보자", "다음에 밥 한번 먹자", "여행? 다음에".
언젠가라는 희망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는 약속이 얼마나 무력한지, 듣는 사람도 뱉는 사람도 모두 알고 있다. 아직 미성년자라고는 해도 수능 만점으로 세상을 얻은 듯한 태정이나, 여전히 농구 다음의 꿈을 찾이 못한 도진, 가족들과 이민을 떠나는 연민, 자는동안 눈을 감은 건지 뜨는 건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탱탱볼 같은 금복도 마찬가지. 이들은 각자의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현재로 당기기 위해 현실의 '우정'에 충실한다.

이 건전한 욕망을 앞세운 '퍼스트 라이드'에서 강하늘은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찰떡같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까지 청춘의 언저리를 찰떡같이 묘사한다. 특히 영화 '청년경찰', '스물'에서 특히 호평받은 그 모습을 '퍼스트 라이드'에서도 녹슬지 않고 보여주면서. 기시감은 어쩔 수 없지만 거부감까진 가지 않는다. 유쾌한 바른 청년 강하늘의 이미지가 이를 부담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덕분이다.
'트리거'와 '악인전기' 등 최근 작품들에서 유독 빌런으로 활약했던 김영광은 '퍼스트 라이드'에서 한결 가벼워졌다. 모델에서 배우로의 전환이 유연했던 것처럼 김영광의 변신도 한층 유연해지고 있는 듯 하다. 강영석은 웃음이 느슨해질 순간마다 윤활유처럼 작용한다. 차은우는 '얼굴천재'의 비주얼로 웃음을 선사하는데 표정과 내레이션의 반전으로 간간히 코믹 연기의 기믹을 활용해 유쾌함과 감동을 더한다. '술꾼 도시 여자들'에서 호평받은 한선화는 오직 태정만 바라보는 순애보로 로맨스를 끼얹어 한층 작품을 부드럽게 만들고.

'찐친' 같은 이들의 케미스트리에 웃다 보면 시나브로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누군가와 나눈 "다음에 보자!"던 약속을. 데뷔작 '위대한 소원'부터 시작한 남대중 감독이 한번 더 우정의 경험을 담아낸 덕분일까. 웃음으로 시작해 향수로 마감한다.
29일 개봉, 러닝타임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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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