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거부’ 故전유성, 거친 숨소리로 남긴 마지막 인사 “감사합니다” 먹먹 [2025 대중문화예술상]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5.10.24 08: 21

한국 코미디의 산증인이자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세상에 알린 故 전유성(76)의 마지막 육성 인터뷰가 공개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난 23일 열린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고 전유성은 옥관 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무대에는 고인의 딸 전제비 씨가 올라 “귀한 상 주셔서 감사하다. 아버지의 마지막 업적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으로 여기겠다”고 짧지만 묵직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고 전유성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인 지난 9월 22일, 병상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남겼다. 그는 숨이 가쁜 와중에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았다. “남들이 안 하는 짓거리로 사랑받은 것 같다”며 “새로운 시도를 사람들이 재밌어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유식한 척하지만 알고 보면 무식한 개그맨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특히 산소호흡기에 의지했던 고인이었기에,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녹음된 인터뷰였지만,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은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앞서 고인은 생전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내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해달라”는 뜻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코미디언협회장 김학래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면서도 정신은 또렷했다. 그 와중에도 농담을 건네며 ‘먼저 가 있을 테니 금방 만나자’고 하셨다”고 전해 뭉클함을 더했다.
전유성은 지난 9월 25일 오후 9시 5분, 폐기흉 악화로 전북대병원에서 별세했다. 발인은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엄수됐으며,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는 비 오는 날 수많은 후배와 동료들이 모여 스승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한편, 지난 9월, KBS2 ‘개그콘서트’는 그의 추모 영상을 방송하며 “이 땅에 ‘개그맨’이라는 말을 남기고 간 전유성 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로 마무리했다. 영상 속 그는 건강하던 시절 무대에서 “개그맨들은 웃기기 위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남들이 안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훨씬 재미난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치겠습니다”라며 마지막 철학을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거친 숨소리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진짜 개그맨”, “마지막까지 ‘감사하다’는 말로 생을 마무리한 멋진 분”, “웃음을 남기고 간 전유성 선생님, 편히 쉬시길”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 “감사합니다”. 그 짧은 인사는 평생을 웃음으로 살았던 코미디의 거장이 세상에 남긴 가장 따뜻한 작별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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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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