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드의 왕' 모하메드 살라(32, 리버풀)가 이제는 구단 내에서 부담스러운 존재로 전락했다.
영국 ‘미러’는 23일(한국시간)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였던 살라가 올 시즌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미어리그 8경기에서 2골 2도움.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지난 시즌 2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던 살라의 이름값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슈팅 정확도, 드리블 성공률, 일대일 돌파 등 공격 전반의 수치가 모두 떨어지고 있다. 살라 특유의 폭발적인 첫 걸음과 마무리의 냉정함도 예전 같지 않다.
현지 전문가들은 “단순한 슬럼프가 아닌 에이징 커브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20일 에버튼전에서 도움 1개를 기록한 이후, 그는 4경기째 공격포인트가 없다.
공을 오래 끄는 습관은 여전하지만, 과거처럼 ‘결정적 한 방’으로 팀을 구하는 장면은 사라졌다.
결정적인 장면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프랑크푸르트전이었다. 리버풀이 5-1로 대승했음에도, 팬들의 화살은 살라를 향했다. 경기 종료 직전, 그는 플로리안 비르츠가 완벽한 찬스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패스를 내주지 않고 직접 슈팅을 시도했다.
결과는 골키퍼 미하엘 체터러의 선방. 팀이 이긴 경기에서조차 “살라의 이기심이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SNS 반응도 냉랭했다. “팀이 이겼는데도 살라만 찜찜하다”라거나 이제는 개인플레이가 리버풀의 독”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결국 살라는 자신의 SNS 프로필에서 ‘리버풀’ 관련 문구와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팬들의 비난과 동시에 2경기 연속 벤치 스타트에 대한 불만 표출.
이 행동은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한 팬은 ‘토크스포츠’를 통해 “부진하자마자 팀 흔적을 지운 건 유치하다. 34살의 베테랑이 아직도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며 비판했다.
과거 리버풀의 공격진을 이끌던 선수 출신 해설가들조차 살라의 태도를 꼬집고 있다. 전 아스톤빌라 공격수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는 “살라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줬다. ‘내가 이 클럽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데, 감히 나를 벤치에?’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물론 선수라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리버풀은 살라 한 명을 위한 팀이 아니다. 비르츠, 디아스, 조타 등 새로운 세대가 팀의 중심으로 올라오고 있다. 살라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스스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퇴임 이후 리버풀은 전술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살라 중심’으로 설계된 공격 패턴이 사라지고, 빠른 전환과 유기적인 패싱 플레이가 강조됐다. 그 과정에서 살라의 전통적 역할이 축소됐다.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던 그의 움직임은 팀 전술과 어긋났고,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줄었다.
문제는 그가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을 몰고 들어가다 동료에게 연결하지 못하는 장면이 잦아졌고, 이로 인해 비르츠·디아스 등 젊은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자주 끊겼다. 팀의 밸런스는 점점 깨지고,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살라는 여전히 리버풀의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다. 2017년 입단 이후 그는 수많은 골과 트로피를 안겼다. 하지만 지금의 살라는 과거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리버풀의 영웅’이던 그의 이미지가 ‘팀의 짐’으로 바뀌고 있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