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려원과 이정은, 김정민의 핏빛 구원서사를 담은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가 오랜 기다림 끝에 국내 관객들과 극장에서 만난다.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 고혜진/제공 SLL중앙 주식회사/공동제공 ㈜바이포엠스튜디오, ㈜비에이엔터테인먼트/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제작 SLL중앙 주식회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도경(정려원 분)이 경찰 현주(이정은 분)에게 혼란스러운 진술을 하면서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영화는 어느 눈내리는 날, 작은 병원 앞에 피투성이 상태의 두 여자가 도움을 청하면서 시작된다. 맨발에 상처가 가득한 도경은 칼에 찔린 한 여성(김정민 분)을 끌어안은 채 도와달라고 울부짖었고, 이후 병원 측의 신고를 받고 파트너 용재(이휘종 분)와 함께 출동한 현주는 불안에 떨며 수술을 기다리는 도경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현주의 다독임에 안정을 찾은 도경은 칼에 찔린 인물이 친언니 미경이며, 그를 찌른 인물은 얼마 전 언니가 데려온 연인 정만(강정우 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 설명에 현주는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칼에 찔린 인물이 친언니 미경(장진희 분)이 아닌 제 3의 인물 '은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도경이 과거 우울증과 조현병을 진단받았으며 그의 언니 미경은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였지만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일을 그만둔 상태였던 것.
이를 들은 현주와 용재는 도경의 기억력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사건 현장이라며 도경이 말해준 집 주소는 고급 멘션으로, 미경이 홀로 지내고 있던 곳이었다. 미경은 전날 오후 외출한 후 행방이 묘연했고, 의구심이 쌓여가던 찰나 도경이 타고 온 차량의 주인이 정만이며 과거 연인을 감금했던 전과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또 다시 이야기는 새 국면을 맞게 된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경찰 현주의 시점에서 도경과 은서의 증언과 정황을 바탕으로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가는 추리물의 형태를 띈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단서가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점차 한 곳을 향해 모아지며, 나아가 그 날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한다. 그리고 관객은 마치 탐정이 된 듯 현주의 시선에서 함께 단서를 찾고, 추리를 하며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유추해 나간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 제작에 도전한 고혜진 감독은 그간 다양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해 왔다. 특히 지난 2015년 JTBC 추리예능 '크라임씬2' 연출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크라임씬2'에서 쌓았던 내공을 '하얀 차를 탄 여자'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저 이야기를 보는 것만이 아닌,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범인 찾기'에 함께하도록 만드는 연출 방식은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정려원과 김정민의 의뭉스러운 연기, 관객의 대변인으로 분한 이정은의 흡입력에 이끌려가다보면 어느순간 감독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하얀 차를 탄 여자'는 단순히 사건의 진상을 알아 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추리의 마지막에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경과 은서, 현주의 깊은 유대였다.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는 겉포장일 뿐, 결국 영화가 그리고자 한 것은 세 여자의 구원서사다. 각자의 트라우마를 가진 세 여자가 서로를 도와 세상 밖으로 나가 숨통을 틀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가 '하얀 차를 탄 여자'의 완성인 셈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엔딩에 담긴 현주의 갈등과 선택, 은서의 대사, 도경의 표정을 봤을 때 더 큰 울림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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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LL중앙 주식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