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복귀설’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손흥민(33·LAFC)의 이름이 다시 차갑게 식고 있다.
이탈리아 매체 ‘삼페르밀란’은 26일(한국시간)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마테오 모레토 기자의 발언을 인용해 “AC밀란은 손흥민 영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레토 기자는 “공격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구단은 손흥민을 데려올 의향이 전혀 없다. 높은 이적료와 겹치는 포지션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며칠간 유럽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손흥민-AC밀란 단기 임대설’은 이로써 일단락됐다. 하지만 불씨를 지핀 건 분명했다.

이탈리아의 베테랑 축구 전문 기자 카를로 펠레가티가 지난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AC밀란은 반드시 손흥민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펠레가티는 “손흥민은 어느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는 완벽한 공격수”라며 “그가 밀란에 온다면 공격의 완성체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과 대한민국 대표팀을 거치며 측면, 중앙, 세컨드 스트라이커까지 모두 소화한 ‘멀티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논란의 시발점은 글로벌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피드’의 보도였다. 해당 매체는 “손흥민이 MLS의 긴 겨울 휴식기를 활용해 2025-2026시즌 중반 AC밀란으로 단기 임대될 수 있다”고 보도하며, 과거 데이비드 베컴의 ‘MLS→AC밀란 임대 사례’를 언급했다.

실제로 베컴은 2009년 LA갤럭시 소속 시절 MLS 비시즌 동안 AC밀란에 임대돼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이후 티에리 앙리, 웨인 루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스타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유럽 무대를 밟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몸을 만들기 위해 유럽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MLS는 유럽 리그보다 휴식기가 길다. 손흥민은 2025시즌 종료 후 약 3개월의 공백을 가지게 된다. 이런 점을 근거로 ‘단기 임대’ 시나리오는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삼페르밀란은 “AC밀란은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수를 보강할 수는 있지만, 알레그리 감독이 원하는 유형은 손흥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알레그리는 박스 안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즉, 폭넓은 움직임과 빠른 침투를 강점으로 하는 손흥민은 현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정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손흥민은 MLS 최고 연봉자 중 한 명으로, 임대료까지 고려하면 AC밀란이 접근하기 어려운 금액대다.
영국 매체 ‘홋스퍼 HQ'역시 “손흥민의 단기 임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토트넘으로 복귀하더라도 한 달 남짓밖에 뛸 수 없어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밀란 임대설’은 현실보다 상상에 가까운 시나리오였다. 유럽 언론들이 MLS 휴식기와 베컴의 과거 사례를 억지로 끼워 맞추면서 만들어낸 해프닝에 불과했다. 실제로 AC밀란과 손흥민 측 사이에는 어떤 협상이나 접촉도 없었다.
하지만 이 해프닝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손흥민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루머 하나로 전 세계 이적시장이 술렁였고, 각국 주요 매체들이 이를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MLS 소속 선수 중 이런 관심을 끈 인물은 과거 데이비드 베컴 이후 사실상 손흥민이 유일하다.
ESPN은 “손흥민의 이름이 등장한 순간 이적시장의 중심이 바뀌었다”며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월드클래스급”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아시아 출신 선수 중 가장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이적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반응하고, 팬덤과 구단의 가치가 요동친다.
결국 이번 AC밀란 임대설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손흥민의 이름이 가진 상징성은 여전하다. LAFC 소속이지만 그의 화제성은 이미 MLS를 넘어 유럽 무대 전역을 덮고 있다. 손흥민은 더 이상 한 리그의 스타가 아닌 ‘글로벌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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