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청산유수, 행동은 미숙’… 라민 야말, 도발로 스스로 무너진 엘 클라시코의 주인공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0.28 06: 47

"입은 청산유수, 행동은 미숙했다" 라리가의 미래로 불리던 라민 야말(17·바르셀로나)이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결국 자신이 만든 말의 덫에 걸렸다.
27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5-2026시즌 라리가 10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는 경기 종료 후까지 뜨겁게 달궈졌다. 경기 자체는 레알의 2-1 승리로 끝난 명승부였다. 그러나 휘슬이 울린 뒤에도 그라운드는 혼돈의 장이었다. 중심에는 어린 재능 야말이 있었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야말은 킹스 리그 인터뷰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항상 승리를 훔치고 불평만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단순한 도발로 치부하기엔 수위가 높았다. 17세 유망주의 입에서 나온 이 발언은 라리가 전역에서 파장을 일으켰고, 레알 선수들도 당연히 이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운명의 무대가 열렸다. 전반 22분, 레알은 킬리안 음바페가 주드 벨링엄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갔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38분 마커스 래시포드의 어시스트로 페르민 로페스가 동점골을 넣었지만, 기쁨은 짧았다. 전반 43분 벨링엄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며 승부는 다시 기울었다.
후반은 갈수록 거칠어졌다. 경기 막판, 페드리가 오렐리앵 추아메니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며 두 번째 경고로 퇴장당하자 분위기가 폭발했다. 그 순간, ‘입 논란’의 중심이던 야말이 불을 지폈다.
경기 종료 직후, 마르카에 따르면 레알의 다니 카르바할이 야말에게 다가가 “그만 떠들라”고 제스처를 취했다. 순간 쿠르투아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합세하면서 긴장감이 폭발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야말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양 팀은 순식간에 뒤엉켰다.
일단 진정되는 듯했지만, 비니시우스가 멀리서 야말을 향해 다시 소리를 지르며 감정이 재점화됐다. 벤치에 있던 안토니오 뤼디거와 다비드 알라바, 바르셀로나의 하피냐까지 뛰어들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마르쿠스 소르그 코치가 급히 선수들을 제지하며 대형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문제는 그 후였다. ‘원풋볼’은 “야말은 경기 전 도발 발언으로 불을 붙였고, 경기 후에도 불씨를 끄지 않았다. 그는 경기 직후 레알 선수들에게 먼저 싸움을 걸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지 취재진에 따르면, 쿠르투아와 비니시우스가 다가가자 야말은 “야, 밖에서 뜨자”라며 맞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언론들은 일제히 야말의 미숙한 태도를 비판했다. 마르카는 “야말의 발언은 불필요했으며, 그의 행동은 선수로서 품격을 떨어뜨렸다. 레알 선수들도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지만, 불씨를 제공한 건 분명 야말이었다”고 꼬집었다.
엘 문도 데포르티보는 “야말은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아직은 프로의 무게를 모른다. 언행은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레알 팬들은 경기 후 SNS를 통해 “야말은 재능은 뛰어나지만 행동은 어린아이 같다”라거나 “입으로 클라시코를 더럽혔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일부 바르셀로나 팬들은 “그도 아직 17살이다. 젊음의 패기로 이해해야 한다”며 옹호했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싸늘하다.
라리가 사무국 역시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마르카는 “사무국이 양 팀의 행동에 대해 사후 징계를 검토 중이며, 특히 야말의 도발적 언행이 보고서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말싸움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과거 라모스-피케 시대의 ‘피 튀기는 더비’가 사라지며, 최근 몇 년간 엘 클라시코는 ‘예전의 불꽃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맞대결로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스페인 ‘원풋볼’은 “이제 엘 클라시코가 다시 불탔다. 그 중심엔 라민 야말의 입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결국 야말은 ‘라리가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받는 동시에, ‘불필요한 도발의 아이콘’으로도 남게 됐다. 천재성과 오만함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야말에게 필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라 절제와 책임감이다. ‘입은 청산유수, 행동은 미숙’ — 이 한 문장이 이번 클라시코를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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