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의 경쟁력은 '무한확장성'...그 중 르노 세닉의 선택은 ‘Fun EV’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10.28 22: 48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조용하고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잠시 간과하고 있는 경쟁력 하나가 있다. 바로 무한 확장성이다. 내연기관에서는 고출력과 고배기량이 비례하지만, 전기차에서는 배기량의 개념이 아예 없다. 작은 용량의 배터리에서도 얼마든지 고출력을 뽑아낼 수 있는 게 전기차다. 대신 주행거리가 줄어들 뿐이다. 
르노 세닉이 주목한 전기차의 덕목이 '확장성'이다. 개발자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성격을 달리 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Fun EV’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빠르지만, 정작 운전의 즐거움은 부족하다는 인식에 반기를 들었다.
경쟁 브랜드가 전비와 가격, 안전과 편의 장비에 집중하는 사이, 르노 세닉은 ‘펀 드라이빙’을 좀더 강조했다. 

그랬더니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르노의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이하 세닉)은 전통적인 펀 드라이빙의 조건을 전기차에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에 희미해진 ‘조향의 손맛’과 ‘차체의 일체감’을 다시 일깨웠다. 주행 감성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전기차의 다른 덕목보다 우선순위에 뒀다.
펀 드라이빙의 첫 번째 조건은 조향비였다. 12:1이라는 낮은 조향비는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스티어링 최대 회전수 역시 2.34회전에 불과해, 골목의 방향 전환은 물론 도심의 급한 유턴이나 와인딩 코스 모두에서 반 박자 빠른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핸들의 움직임이 날카롭다면 차체는 이를 안정적으로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닉은 멀티 링크 리어 액슬 서스펜션과 정교한 스프링 세팅을 적용해 롤링을 최소화하고, 코너에서 차체가 쏠리는 느낌을 억제했다. 실제 롤링 각도는 0.4° 수준으로 억제돼 조작과 차체의 흐름이 계속해서 하나로 이어진다. 긴 휠베이스와 넓은 트레드, 배터리 하부 배치 등 구조적 이점도 차체 밸런스를 돋보이게 한다. 세단급 민첩성과 SUV의 안정감을 동시에 추구한 접근이다.
출력 또한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다. 160kW(218ps) 모터와 300Nm 토크는 출발부터 강한 힘을 전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9초 만에 도달한다. 조향과 하체에서 만들어진 긴장감 있는 움직임에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가속이 더해지며 세닉은 ‘운전하는 재미’를 유지한 전기 SUV로서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효율과 편의성에서도 세닉의 장점은 이어진다. 5단계 회생 제동과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은 감속 타이밍까지 운전자가 직접 조율하는 주행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전기차 주행을 단순히 편하다고 느끼는 단계를 넘어 ‘조작하는 재미’로 확장시킨다. 주행거리는 산업부 기준 최대 460km(배터리 용량 87kWh)로 장거리 이동도 충분히 지원한다. 국산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를 사용했고, 10년 또는 16만km 보증을 제공해 신뢰성에 대한 소비자 우려도 덜었다.
운전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실용성과 신뢰까지 챙긴 전기차. 익숙한 길에서도 핸들을 쥐는 손끝에 반응이 살아 있고, 주말 와인딩에서도 라인을 정확히 그리는 전기 SUV. 세닉은 전기차가 감성적 매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전동화 시대에 주행 감성이 어떤 형태로 진화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세닉은 전기차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 모델이다. 운전도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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