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지난 겨울 불펜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서 장현식(4년 52억원), 김강률(3+1년 14억원)을 영입했다. 2023년 통합 우승 이후에는 함덕주와 4년 최대 38억원 FA 계약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도 LG 불펜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는 베테랑 김진성(40)이었다. 개막전부터 시즌 끝까지 1군 엔트리에 있었던 불펜투수는 김진성과 염경엽 감독이 집중 육성한 신인 김영우 두 명 뿐이었다.
 김진성은 78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1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에서 2번째로 많은 경기에 등판했고, 홀드 부문 2위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진성의 활약은 계속됐다. 4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0으로 맹활약했다. 4⅓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고령 투수 기록도 세웠다. 염 감독이 필승조를 최대한 아끼고 극적인 9회초 역전승을 거둔 4차전만 빼고 다 등판했다.
 김진성은 개인 통산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이 0.75다. 2020년 NC 시절 우승에 이어 LG에서 2023년과 2025년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우승 축하 행사에서 LG 선수들은 출입구에서 팬들에게 응원 타월을 일일이 나눠줬는데, 김진성은 팬들로부터 “고생했다고, 고생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진성은 “2차전이 가장 힘들었다. 너무 급히 나가서 몸을 제대로 못 풀고 나왔다. 오히려 만루 상황이라서 ‘내가 막을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으로 올라왔다. 만루가 되면 몸에서 전투력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2차전 4회초 5-7로 추격당한 2사 만루에서 김영우에 이어 등판했다. 노시환을 하이볼로 삼진을 잡고 위기를 막았다. 
 김진성은 “노시환 상대로 내 공을 믿고 던졌다. 공 하나하나에 진짜 혼을 담아 던졌다.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던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무기 포크볼이 파울이 되자, 결정구를 직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김진성은 “사실 직구를 낮게 던지려 했는데, 제구가 안 돼 높게 들어갔다. 트랙맨 데이터를 봤을 때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 회전수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 한국시리즈에서 직구를 많이 믿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한화 추격을 7-5로 막자, LG는 4회말 다시 3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고, 후반에도 추가점을 뽑아 13-5로 승리했다. 김진성은 “만루를 막고 나자, 감독님께서 계속 고맙다고 하시더라. 오늘도 지나가는데, ‘진성아, 진짜 고생했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김진성은 2021시즌이 끝나자 NC에서 방출됐다. 9개 구단에 연락해 입단 테스트를 부탁했는데, LG에서 새로운 기회를 받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22년 67경기(58이닝) 6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10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까지 김진성은 4년 연속 LG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특히 올해는 LG 전력에서 불펜이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김진성이 버팀목이 됐다. 52억 장현식은 후반기 급격하게 부진했다. 38억 함덕주는 재활을 마치고 후반기에 합류했다. 14억 김강률은 5월 이후로 한 경기도 던지지 못했다. 
 김진성은 2022년 연봉 1억원을 받았고, 2022시즌이 끝나고 생애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어 LG와 2년 총액 7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총액 4억원) 계약을 했다. 올 시즌 연봉은 3억3000만원이다. 
 4년간 11억3000만원을 받고, 초특급 필승조로 활약했다. 4년간 20승 6세이브 93홀드를 기록. 방출 상태에서 LG가 손을 내밀었지만, 오히려 LG가 혜자 계약으로 투자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김진성은 “올해는 단장님께서 많이 신경써주시겠죠”라고 기대했다. 
 
김진성은 “우승 시상식 끝나고 대전에서 구단 버스 타면서 즐기고 좋아야 하는데, 이제 또 걱정이더라. 내년에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베테랑의 고충인 것 같다. 내가 나이가 어렸다면 계속 길게 볼텐데 베테랑은 항상 절벽 위에 서 있다. 무조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잘해야 하니까, 그것에 스트레스가 정말 많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한쪽으로는 정말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걱정이 바로 생기니까 그런 게 좀 많이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진성은 "축승회 때 기회가 된다면 구단주님께 인사드리고 싶다. LG라는 팀에 와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해줘서 감사하고, 4년 동안 정말 팀을 위해서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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