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혈액암 투병' 안성기에 전하지 못한 첫 에세이 [핫피플]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5.11.05 08: 04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니까요, 많이 슬픕니다". 배우 박중훈이 연기 인생 40년 만에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출간하며 영화계 스승 안성기를 언급했다. 출간 소식을 전하진 못했지만 '인생 콤비'를 향한 그리움은 여전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에 위치한 정동 1928아트센터에서 박중훈의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박중훈은 이 날 만큼은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 이 자리에 참석해, 피아니스트 겸 작가 문아람의 진행 아래 책과 근황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1966년생인 박중훈은 지난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어느덧 환갑과 데뷔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9일 출간된 '후회하지마'는 그런 박중훈이 연기 인생 40년의 희로애락을 배우 인생과 인간 박중훈으로서 돌아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박중훈은 "작가로 불리니 어색하다"라고 웃으며 운을 떼며 "제가 평생 살면서 한 권 이상 더 쓰겠나. 처음이자 마지막 책 같다. 물론 모른다. 자기 앞날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보니. 출판사에서도 '작가님'이라고 부를 때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았다. 받아들이겠지만 쑥스럽긴 하다. 이 자리에서는 '책을 쓴 작가'로 서게 됐다"고 겸손하게 '작가'가 된 소감을 밝혔다. 

후배 연기자 차인표의 권유로 '후회하지마'를 집필하게 됐다는 박중훈. 함께 스포츠 클럽을 다닌다는 차인표보다 그에게 더욱 가까운 영화계 선배가 바로 안성기였다. 안성기는 박중훈의 첫 책을 접하고 어떻게 평했을까. 안타깝게도 박중훈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지 않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선배님 얼굴을 직접 뵌 게 1년이 넘었다. 그만큼 건강이 상당히 안 좋으시다. 그 정도로만 표현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실제 안성기는 지난 2019년 혈액암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이다. 다행히 그는 이듬해 완치 소식을 전했고, 지난 2023년 치러진 제43회 황금촬영상시상식에서는 공로상 수상자로 건강한 근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중훈은 같은 해 치러진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직접 안성기 손을 잡고 레드카펫에 참석해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적 관찰 과정 중 병이 재발했고, 이에 다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올해에는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상황이다. 
이에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님이 개인적으로 통화나 문자를 나눌 상황이 안 되셔서 가족 분들에게 근황을 여쭤보고 있다. 말은 덤덤하게 하지만 굉장히 슬프다. 저하고는 40년 동안 영화를 4편이나 같이 한 존경하는 스승님, 영화인, 선배님, 스승님 같은 분이다. 배우로서나 인격적으로서나 존경하는 분인데 제가 책을 낸 걸 오롯이 느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신 것 같아서 많이 슬프다"라고 털어놔 뭉클함을 자아냈다.
그만큼 박중훈의 영화 인생에서 안성기는 결코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신인 배우에서 청춘스타, 민중 배우, 코믹 배우, 국민 배우 등 단계별 도약을 거치기까지 관문마다 안성기가 함께 했던 것. 이에 박중훈은 "'칠수와 만수'에서는 칠수 대 만수로, '투캅스' 때는 강 형사 대 조 형사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때는 추격자 대 도망자로, '라디오스타'에서는 한물 간 가수와 매니저로 안성기 선배님을 만났다. 네 작품 모두 저에게는 바꿀 수 없는 대표작이다. 그리고 안성기 선배님의 대표작에도 항상 이 4편이 들어간다. 서로에게 대표작을 함께 찍은 셈"이라고 회상했다. 
특히 그는 "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춘다고 하는데 사실 말이 호흡이지 배우라면 서로 돋보이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안성기 선배님과는 달랐다. 어떻게 하면 저사람의 연기에 내가 반응할 수 있을지만 봤다. 그 흔한 말로 시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라고 자신했다. 
박중훈은 "신인 스타로 시작해 청춘 스타, 민중 배우, 코믹 배우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저를 안성기 선배님과 함께 국민 배우라고 불러주더라. 어떤 것도 제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 그저 40년을 시대와 지내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에 그는 최근 '재개봉' 바람이 분 영화계에서도 새롭게 선보이고 싶은 스스로의 필모그래피에 대해서도 안성기와 함께한 '라디오스타'와 '투캅스'를 꼽았다. 
박중훈은 "신기한 게 '라디오스타'는 그 당시엔 옛날 영화 같았는데 지금은 봐도 옛날 영화 같지 않다. '투캅스'도 그렇다. 특히 '투캅스'는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영화다. 그때는 영화가 '단관 개봉'하던 시절인데 종로 극장이 1천석인데 한 달을 매진하면 15만 명이 들었다. 그런데 '투캅스'를 종로 극장에서 87만 여 명이 봤다. 반년 정도를 '투캅스'만 한 거다. 지역 별로 판권이 다를 때라 그 시절엔 전국 스코어를 보려면 단관 개봉 관객수에 10배를 곱하면 전국 스코어라고 봤다. 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라 한국 영화는 두 배를 곱하라고도 했다. 그렇게 치면 '투캅스'는 1500만 명이 본 것처럼 체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다. 그럴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화"라며 안성기와 함께한 시절의 애착을 밝혔다. 
이런 시절을 뒤로하고 첫 에세시 소식을 전하지 못한 상황. 인생 선배 안성기를 비롯해 대중에게 박중훈은 '후회하지마'로 어떤 평을 듣고 싶었을까. 박중훈은 "'잘 읽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웃으며 "저희처럼 알려진 사람들은 앞면 아니면 뒷면이다, 잘했다 아니면 못했다고. 조금만 실수를 해도 어마어마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조금만 좋은 일을 해도 어마어마한 격려와 칭찬도 듣는다. 그런데 제가 지난 10년 동안 영화 작품이 없었다 보니, 30년 동안 어마어마한 칭찬을 듣다가 칭찬 들을 일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칭찬을 듣고 싶다. 제가 필력이 훌륭하진 않지만, 진심을 담아 썼으니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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