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감다살'(감이 다 살았다)이었는데, 가면 갈수록 '감다뒤'(감 다 뒤졌어) 형국이다. MBC 장수 예능 '나혼자산다'(나혼산) 얘기다.
한때 10%를 넘나들며 전성기를 맞았던 '나혼산'은 '무한도전' 폐지로 생긴 MBC의 커다란 공백을 채우며 '효자 예능' 역할을 톡톡히했다. 한국 갤럽, 올해의 브랜드 대상 다양한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전현무, 박나래, 기안84까지 연예대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그랬던 '나혼산'이 모든 출연자를 모아서 기획한 콘텐츠가 '가을 운동회'다. 비가 펑펑 쏟아진 날, 운동회가 열렸는데 그날 촬영한 이유는 간단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 많은 출연자가 모일 수 있는 날이 그날 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이들을 왜 굳이 모여야 했을까?', 혹시 다들 바빠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기획이 운동회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우선, '나혼자산다'라는 프로그램 취지와도 어울리지 않는 운동회 콘셉트는 별다른 신선함과 새로움을 주지 못했다. 해외 스케줄로 뒤늦게 합류한 김대호는 비닐 도시락으로 괜한 이미지만 깎이고, 김대호♥옥자연의 러브라인을 또 꺼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 옛날 'X맨', '천생연분'에서나 볼 법한 억지 러브라인을 운동회에도 끼 얹어 역효과만 줬다.
매주 늘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벗어나는 콘셉트는 오랜 고정 시청자들까지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앞서 조부모를 잃은 박나래가 시골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절친 전현무와 기안84가 깜짝 등장해 함께 도와주는 모습은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런 식의 '따로 또 같이'는 시너지를 발휘하지만, 의미 없는 모임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

최근 '나혼산'은 그들만의 친목질, 연예인 집 자랑, 새 얼굴의 부재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더는 직장러들의 리얼 현실적인 삶, 바쁜 현대 사회에서도 자신만의 라이프를 가꾸는 갓생러들, 많은 노하우와 꿀팁을 지닌 자취 고수들이 보이지 않는 편이다. 기안84, 김대호, 구성환이 처음 등장했을 때 느꼈던 짜릿함을 찾아볼 수 없는 것. 이렇다 보니 올해 '나혼산'에서 뚜렷한 연예대상 후보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혼산' 운동회 편은 시청률 각각 5.7%와 5.4%를 기록했다. 소위 말해 평타는 쳤다. 아직 브랜드 가치는 살아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다음 번에도 그저 그런 제2의 '가을 운동회'를 준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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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혼산'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