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둘이 엇갈렸다. 홍명보호의 중원을 이끌던 황인범(29, 페예노르트)은 부상으로 쓰러졌고, 반대로 이재성(33, 마인츠)은 유럽 무대에서 부활을 알리며 대표팀 복귀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6일 오후 공식 발표를 통해 "황인범이 좌측 허벅지 근육 통증으로 이번 11월 A매치 소집에서 제외된다"라고 밝혔다. KFA는 선수 보호 차원의 결정이며, 대체 발탁은 없다”고 덧붙였다. 당초 홍명보 감독이 이번 소집 명단에서 중원 구성을 마쳤지만, 대표팀의 전술 핵심인 황인범이 빠지면서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네덜란드 현지 언론 'Voetbal International(VI)'은 로빈 반 페르시 페예노르트 감독의 발언을 인용해 "황인범이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약 6~8주 결장이 불가피하다"라고 보도했다. 반 페르시 감독은 UEFA 유로파리그 VfL 슈투트가르트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부상자 명단이 10명에 달하며, 그중 4명이 미드필더다. 황인범은 재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황인범은 최근까지 페예노르트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리그와 유럽대항전을 병행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FC 폴렌담전에서 도움을 기록한 뒤 왼쪽 허벅지 통증이 재발했다. 시즌 초 종아리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전력에서 이탈했던 그였기에, 이번 부상 소식은 더욱 뼈아프다. 현지 언론은 부상 상태를 '심각한 수준(severe)'으로 표현하며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결국 황인범은 오는 14일 대전에서 열리는 볼리비아전,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질 가나전 등 올해 마지막 A매치 2연전에 불참한다. 홍명보호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전력 손실이다. 황인범은 홍 감독 체제에서 '중원 사령관'으로 자리 잡은 선수다. 경기 전개를 조율하고, 후방 빌드업의 첫 출발점이자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도 나섰다. 이번 소집에서 황인범의 공백은 단순한 한 명의 부재가 아닌, 팀 전체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다.
현재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 자원으로는 백승호(버밍엄 시티), 이재성(마인츠), 원두재(코르파칸), 김진규(전북현대),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등이 있다. 그러나 황인범이 빠지면서 후방 빌드업 안정감과 전환 속도가 모두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핵심 미드필더 조합을 완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반면 또 다른 '중원의 베테랑' 이재성은 완벽한 타이밍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7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UEFA 컨퍼런스리그 피오렌티나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이재성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마인츠의 2-1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후반 중반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동점골을 도왔고, 경기 막판엔 스스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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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이재성은 인터뷰를 통해 "최근 홈에서 승리가 없어 꼭 이기고 싶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들어갔지만 찬스가 올 거라고 믿었다. 동점골을 도와 결승골까지 넣어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대항전을 뛰는 게 맞나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오늘 같은 날을 위해 버텼던 것 같다. 독일에 온 이유가 유럽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였는데, 오늘 골과 도움을 함께 기록해 정말 뜻깊다"라고 덧붙였다.
유럽 무대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이재성은 팀의 부진 속에서도 에이스다운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는 "요즘 팀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 승리가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팬들이 그동안 답답했을 텐데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마인츠는 최근 리그 7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져 있었기에, 이재성의 맹활약은 구단 내부 분위기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재성은 경기 후 홈 팬들과 함께 승리 세리머니를 주도했다. 선수단의 정신적 리더로 평가받는 그는 "모두가 함께 기뻐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이 분위기를 잘 이어가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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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합류를 앞둔 그는 황인범의 부상 소식을 듣고 "안 그래도 전해들었다. 요즘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다들 부상과 싸우고 있다. 나 역시 주중·주말 경기를 병행하고 있지만, 팀에서 출전 시간을 잘 조절해줘서 큰 문제는 없다"며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표팀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성에게 이번 A매치는 특별한 의미다. 그는 "볼리비아전이 열리는 대전은 내가 A매치 데뷔했던 곳"이라며 "이번 경기에서 센추리클럽 기념식을 같은 장소에서 치른다는 점이 정말 뜻깊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곧바로 "개인 행사보다 경기가 더 중요하다. 대표팀의 승리가 우선"이라며 담담한 각오를 드러냈다.

결국 대표팀의 11월 소집은 두 중원의 리더가 엇갈린 운명 속에 맞게 됐다. 황인범의 이탈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재성의 부활은 그 공백을 어느 정도 상쇄할 희망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경기를 치른 그가 황인범의 공백을 메우며 홍명보호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상 악재와 부활의 희망, 이 두 장면이 교차하는 11월. 한국 대표팀의 중원은 시험대에 올랐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