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다. 배드민턴 최강국을 다투는 중국과 대만마저 시즌 9관왕을 달성한 안세영(23, 삼성생명)을 'GOAT(Greatest of All Time)'로 인정했다.
태국 '타이 사운즈'는 4일(이하 한국시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 단식랭킹 1위 안세영은 연속 우승을 거두며 중국 언론으로부터 GOAT(역대 최고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타이쯔잉(대만)의 1위 기록이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겨진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안세영은 지난주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올해 슈퍼 750 대회에서만 5관왕에 오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그는 세계 랭킹 2위인 중국의 왕즈이를 2-0(21-13, 21-7)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42분 만에 승리하며 왕즈이 상대 7연승을 질주, 통산 상대 전적 15승 4패를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왕즈이조차 안세영 앞에선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 타이 사운즈는 "둘의 상대 전적은 세계 랭킹 1위에게 도전할 만한 현역 여자 단식 선수들의 꾸준한 기량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라고 짚었다.


말 그대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안세영이다. 그는 2025년에만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을 시작으로 인도 오픈(슈퍼 750), 오를레앙 마스터스(슈퍼 300), 전영 오픈(슈퍼 1000),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 일본 오픈(슈퍼 750), 중국 마스터스(슈퍼 750), 덴마크 오픈(슈퍼 750), 프랑스 오픈(슈퍼 750)에서 우승했다.
벌써 시즌 9승째. 이는 2023년 안세영이 세웠던 단일 시즌 여자 선수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다. 그 결과 안세영은 상금 기록도 새로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누적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커리어 누적 상금도 어느덧 220만 달러(30억 6000만 원)를 넘어섰다.
이미 1년 넘게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안세영. 그는 월드 투어 슈퍼 750과 슈퍼 1000으로 구성된 10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배드민턴 전문가 벤 베크먼은 "비범한 선수의 놀라운 업적이다. 더욱 놀라운 건 안세영이 불과 23살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두 번 이상 우승했다"라며 "안세영은 정말 미쳤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BWF도 "안세영이 달성한 새로운 기록. 그는 이제 겨우 23살이다! GOAT"라고 혀를 내둘렀다.

배드민턴 강국인 중국과 대만도 안세영의 여제 등극을 깨끗이 인정하고 있다. 중국 '시나 스포츠'는 "안세영은 이제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GOAT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매체는 "23세 안세영은 배드민턴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미 3년 넘게 세계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안세영을 이길 방법이 없다"라고 극찬했다.
타이 사운즈 역시 "안세영의 여자 단식 지배 왕조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타이쯔잉의 은퇴와 천위페이의 기량 저하, 아카네 야마구치의 부상, 그리고 유럽의 캐롤라이나 마린 후계자 부재 등 여자 단식 F4 시대는 쇠퇴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건 타이쯔잉의 214주 최장 세계 랭킹 1위 유지 기록이다. 매체는 "지금까지 1위 자리를 가장 오래 지킨 선수는 타이쯔잉이다. 안세영은 118주로 중국의 리쉐루이(124주) 다음을 달리고 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전영대회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안세영이 이 기록마저 넘어선다면 GOAT의 지위는 사실상 흔들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안세영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두 개 대회가 더 남아있다. 그는 이달 말 열리는 호주 오픈(슈퍼 500)과 12월 월드투어 파이널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만약 안세영이 남은 두 개 대회에서도 모두 우승한다면 모모타 겐토(일본·은퇴)가 2019년 남자 단식에서 작성한 단일 시즌 11회 우승 기록까지 따라잡게 된다.
안세영은 랭킹 포인트도 113770점으로 2위 왕즈이(중국·105362점)와 격차가 큰 만큼 꿈 같은 95% 승률도 넘볼 수 있다. 올 시즌 그는 시즌 63승 4패로 90%라는 무시무시한 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2023년(89.5%)과 2024년(86.5%)의 자신도 훌쩍 넘어서는 기록이다.
3년 연속 여자 단식 승률왕은 이미 따놓은 당상. 만약 안세영이 남은 두 개 대회에서도 모두 승리하며 정상에 오른다면 73승 4패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그러면 승률은 94.8%에 육박한다. 물론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맞붙는 월드 투어 우승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지금 안세영의 상승세라면 불가능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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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