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배로 커리어 첫 우승' 박지성, “오른쪽에서 뛰고 싶다” 박지성의 한마디, 교토 첫 정상등극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5.11.08 15: 48

 박지성(43)의 첫 우승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 일본 매체가 교토 상가 시절 그의 포지션 전환과 팀 전술 변화의 결정적 순간을 공개했다.
풋볼존은 7일(한국시간) J2리그 도쿠시마 보르티스 강화부장 구로베 데루아키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2시즌 교토 상가의 첫 왕배 우승 비하인드를 전했다. 구로베는 당시 교토의 공격수로 활약하며 박지성과 함께 구단 역사상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주역이었다.
올 시즌 교토는 2000년대 초반 박지성이 뛰던 시절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우승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리그 공동 1위까지 오르기도 했고  시즌 막판 3경기를 남긴 현재 1위 가시마 앤틀러스와 승점 5점 차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풋볼존은 교토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2002년 일왕배 우승을 회상하며 그 중심에 있던 박지성과 엥겔스 감독의 결단을 조명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로베는 “그때 교토가 저와 마츠이 다이스케, 그리고 박지성을 믿고 공격을 맡겼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전력상으로는 결코 강팀이 아니었는데 일왕배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 지금도 신기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24세 마츠이와 박지성은 21세였다. 풋볼존은 “젊은 스리톱을 과감히 기용한 게르트 엥겔스 감독의 결정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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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로베는 엥겔스 감독의 용기 있는 선택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엥겔스 감독이 정말 대단했던 점은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을 오른쪽 윙으로 기용한 것”이라며 “그때 그 한 번의 포지션 변화가 모든 것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 직후 교토로 복귀한 상태였다.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 아래 스리톱 오른쪽으로 뛰며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터뜨린 그는 자신감이 한껏 올라 있었다. 구로베는 “엥겔스 감독이 ‘어느 포지션에서 뛰고 싶나?’라고 묻자,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뛰고 싶다’고 답했다. 엥겔스 감독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스리톱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 결정은 교토의 시즌 전체를 뒤흔들었다. 구로베는 “만약 박지성이 계속 수비형 미드필더로 남았다면, 우리는 우승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엥겔스 감독은 선수의 의견을 존중했고 그 도전적인 선택이 팀 전체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그 시즌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선수가 됐다. 폭발적인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측면을 휘젓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일왕배 결승에서도 그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동점골을 직접 넣고 이후 쿠로베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하며 교토의 첫 우승을 완성했다.
이 경기는 단순히 트로피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박지성은 이미 PSV 에인트호번 이적이 확정된 상태였다. 계약이 끝났음에도 그는 끝까지 교토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로 왕배 결승전에 나섰다. 부상 위험이 있음에도 팀을 위해 출전한 그의 결단은 일본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로베는 “그의 프로 정신과 팀에 대한 헌신은 정말 대단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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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스 감독은 그 시즌을 계기로 “포지션은 선수가 만드는 것”이라는 철학을 굳혔다. 그리고 박지성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서도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PSV,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퀸즈파크 레인저스 등 모든 팀에서 유연하게 포지션을 오가며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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