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최장 거리 질주도 손흥민 못 넘었다”… 반 더 벤의 67.7m 원더골, SON보단 못 했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1.09 00: 38

폭풍 질주, 수비 무력화, 단독 드리블 득점. 미키 반 더 벤(토트넘)이 터뜨린 ‘인생골’은 분명 화려했다. 하지만 기록은 냉정했다. 아무리 화제가 돼도 그는 결국 손흥민을 넘지 못했다.
토트넘은 지난 5일(한국시간) 코펜하겐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4라운드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장면은 네 번째 골도, 케인의 화력도 아닌, 센터백 반 더 벤의 단독 드리블 득점이었다.
후반 19분, 반 더 벤은 토트넘 진영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가로챘다. 이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단 한 번의 패스도 없이 곧장 전력 돌파를 선택했고, 수비수 5명을 따돌린 뒤 왼발로 마무리했다. 수비수의 골이라기보다 마치 손흥민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반 더 벤은 경기 후 “드리블을 시작했을 때 그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까 지켜봤다. 계속 공간이 보였고, 그냥 치고 나갔다”고 말했다. 프랭크 감독은 “그가 계속 이런 골 넣는다면 나를 지나쳐도 괜찮다”며 웃어넘겼다.
그러나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2019년 손흥민의 번리전 원더골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하프라인 아래 지역에서 공을 잡아 72.3m를 단독 돌파하며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이번 반 더 벤의 골 장면이 화면상으로는 더 길어 보였던 이유도 그런 연상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측정 결과는 달랐다. 토트넘은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반 더 벤의 드리블 거리는 67.7m였다. 이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장 거리 드리블 득점 기록”이라고 발표했다. 종전 기록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의 64.4m였고, 이번 득점으로 새롭게 경신됐다.
그러면서도 구단은 “그러나 반 더 벤은 손흥민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은 2019년 번리를 상대로 72.3m를 달려 득점했다. 이는 여전히 클럽 역사상 단독 드리블 최장 거리 골”이라고 적었다.
즉, 챔피언스리그 기록은 경신했지만, 구단 최장 거리·역사적 임팩트는 여전히 손흥민이 보유 중이다.
손흥민의 골은 단순 거리 차이를 넘는다. 푸스카스상 수상, 전 세계 투표, ‘손나우두’라는 별명이 만들어진 계기, 그리고 토트넘 구단이 공식적으로 “클럽 역사상 최고 개인 골”이라고 인정한 장면이었다. 반 더 벤의 득점이 아무리 극적이어도, “손흥민과 비교되는 순간 이미 기준이 높아진 셈”이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결과적으로 반 더 벤은 UCL 기록 보유자, 손흥민은 역대 최고 거리 기록 보유자라는 흥미로운 도식이 완성됐다. 토트넘이 공식 발표에서 굳이 손흥민을 언급한 것도, 내부적으로조차 “넘을 수 없는 레퍼런스”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반 더 벤은 “손흥민의 기록은 알고 있다. 그건 진짜 믿기 어려운 골이었다. 내가 더 멀리서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며 웃었다. 자신도 인정한 비교 대상, 여전히 기준점은 손흥민이었다.
UCL은 새 기록을 얻었지만, 토트넘의 ‘최장 질주 원더골’은 여전히 손흥민의 것이다. 그리고 ‘그 골’은 지금도 깨지지 않았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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