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배드민턴이 완전히 '안세영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경쟁자였던 천위페이(중국)가 월드투어 파이널 진출에 실패하면서, 안세영(23, 삼성생명)을 견제할 만한 상대가 사실상 사라졌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8일 "천위페이가 올해 세계랭킹 5위를 유지했음에도 월드투어 파이널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국가별 2인 제한 규정으로 왕즈이(2위)와 한웨이(4위)가 대신 출전하게 됐다. 천위페이의 탈락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천위페이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안세영에게 금메달을 내준 뒤 한동안 코트를 떠났다. 호주 유학 일정으로 여러 대회를 건너뛰며 랭킹 포인트가 급락했지만, 이후 하위 등급 대회부터 다시 출전해 포인트를 쌓으며 5위까지 복귀했다.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반등의 계기를 잡았지만, 월드투어 파이널 진출에는 한 걸음 모자랐다.


중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손실이다. 천위페이는 올 시즌 안세영을 상대로 두 차례 승리를 거둔 유일한 선수였다. 통산 상대 전적도 14승 14패로 팽팽하다. 하지만 올해만 보면 안세영이 4승 2패로 우세했고, 안세영이 기록한 4패 중 2패가 천위페이에게서 나왔다. 그만큼 ‘안세영 킬러’로 평가받던 천위페이의 부재는 중국 대표팀에 큰 공백으로 남는다.
중국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안세영을 넘을 마지막 카드가 사라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왕즈이와 한웨이가 대신 출전하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다. 특히 왕즈이는 올해 안세영에게 7전 전패를 당했다. 시나스포츠는 "안세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빠졌다. 중국 여자단식은 완전히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All England Open)은 이미 내년 3월 버밍엄 대회를 앞두고 안세영을 공식 홍보 모델로 내세웠다. 대회 조직위는 포스터에 "세계 여자 단식 1위, 두 차례 전영 오픈 우승,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문구를 적으며 배드민턴의 '완성형 선수'로 안세영을 소개했다.
1899년 창설된 전영오픈은 '배드민턴계의 윔블던'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다. 통산 350승을 넘어선 안세영은 지난해 세계개인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며 세계 최강 자리를 굳혔다.
올해 성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레벨1000 대회 3회 우승(말레이시아·전영·인도네시아), 레벨750 대회 5회 우승(인도·일본·중국·덴마크·프랑스), 슈퍼300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포함해 시즌 9관왕을 달성했다. 남은 호주오픈과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제패하면 여자 단식 단일 시즌 최다 우승 신기록을 세운다.

상금 기록도 새 역사를 썼다. 시즌 상금만 10억 원을 돌파하며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첫 '10억 클럽'에 올랐고, 누적 상금은 220만 달러(약 30억 6000만 원)를 넘어섰다.
중국 언론은 "기술, 전략, 멘탈 모든 면에서 안세영은 완성체에 가깝다"라고 평가했다. 천위페이가 빠진 지금, 세계 배드민턴 무대는 그야말로 '안세영 원톱' 구도로 향하고 있다.
안세영은 내년 전영오픈 2연패이자 통산 3회 우승을 노린다. 그녀가 남긴 흔적은 이제 '금메달리스트'를 넘어,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쓰는 기준이 되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