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번복은 K7에서" '전북 20년 원클럽맨' 최철순은 아직도 뛰고 싶다..."마지막 전주성, 미친 듯이 뛰어다닐 것"[전주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11.10 07: 21

'리빙 레전드' 최철순(38, 전북 현대)이 축구에 대한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전북 현대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을 3-1로 꺾었다. 일찌감치 조기 우승을 확정한 전북은 승점 75(22승 9무 5패)가 됐다.
후반 11분 송민규가 박진섭의 택배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는 팬들과 함께 '셀카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다만 전북은 후반 26분 송민규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에르난데스에게 동점골을 실점하며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전북이었다. 후반 45분 이동준이 강력한 헤더로 득점하며 전주성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이승우가 페널티킥으로 득점하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유니폼을 벗어던진 채 깃발을 들고 관중석 앞을 거닐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종료 휘슬이 불린 뒤엔 전북의 통산 10번째 우승 트로피 대관식이 진행됐다. 주장 박진섭과 최철순, 거스 포옛 감독을 시작으로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고,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제를 즐겼다. 지금까지 차지한 10개의 트로피를 모두 진열한 뒤 팬들과 기쁨을 함께하기도 했다.
'최투지' 최철순도 선발 출전하며 또 한 번 역사의 산증인으로 남았다. 경기 후 우승 세리머니에서 최철순이 입장하자 전북 팬들의 응원가 '우리의 철순'이 울려퍼지기도 했다. 그는 전북의 K리그 10회 우승을 모두 함께한 유일한 인물이자 전북 유니폼을 입고 20년간 509경기를 뛴 원클럽맨이다.
이제 전주성을 누비는 최철순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기 때문. 다가오는 30일 FC서울전이 최철순의 마지막 홈 경기가 될 전망이다. 포옛 감독도 "최철순이 2주 후에 은퇴하기 때문에 홈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최철순은 "10번째 우승해서 기분 좋다.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 진짜 구단까지 다 함께 한 팀이 돼서 우승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우승 퍼포먼스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세리머니가 정말 화려했다. 구단에서 많이 신경 써준 티가 난다. 선수들도 가족들도 팬들도 다 즐거운 축제 분위기였다"라며 밝게 웃었다.
마지막까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박수받고 있는 최철순이다. 그는 "팀에 도움이 많이 되려고 항상 노력한다. 경기장에 넣어주신 만큼 내가 보여드리지 못하면 다음에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게 된다. 운동장에 나가면 내 모습을 다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옛 감독님이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출전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만족"이라고 밝혔다.
우승 트로피 10개를 바라본 기분도 전했다. 팬들 앞에서 울컥하기도 했던 최철순은 "거의 다 내가 만든 게 아닌가. 장난이다"라며 웃음을 터트린 뒤 "진짜 매 시즌마다 힘든 일도 즐거움도 있었겠지만, 그 안에서 행복하게 운동을 즐겼다는 것 자체가 만족감이다. 또 만났던 여러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까지 다 생각하면서 감미로운 예전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되돌아봤다.
최근 이승우가 '제2의 최철순'이 되고 싶지만, 20년은 못 뛸 거 같다며 '제2의 홍정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최철순이 얼마나 대단한 전설이라는 뜻.
최철순도 자신의 후계자가 꼭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승 10개가 아니라 내 출전 기록도 깰 수 있는, 나보다 더 오래 전북에서 뛰는 선수가 많이 나와야 계속 스토리텔링이 된다. 한국 축구가 그런 드라마를 더 많이 가져서 더욱더 성장하면 좋겠다"
후보로는 송범근과 강상윤의 이름이 나왔다. 최철순은 "기록으로 보면 송범근이 제일 가깝다고 생각한다. 근데 아직 (홍)정호도 힘이 남아 있고 충분히 저한테 도전할 수 있는 선수다. 또 어린 선수로는 강상윤이 해외 이적만 좀 잘 안 된다면(웃음). 전북에서 돈을 많이 줘서 잡는다면, 해외 욕심이 없다면 남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전북은 해외 이적 생각도 많이 하고 있고, 이재성이 길을 잘 닦아놨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좋은 선수로 발전하길 바란다"라며 미소 지었다.
20년간의 선수 생활을 완벽한 엔딩으로 마무리한 최철순. 그는 "내가 복이 좀 많은 것 같다. 운도 많이 따르고 있다. 아주 행복한 선수로 마무리 짓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구단 도움도 있고, 항상 감독님이 선택해주셨기 때문에 행복한 축구선수로 남아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마지막 목표는 코리아컵 우승이다. 최철순은 "지금도 전투 모드다. 난 경쟁해서 경기를 뛰어야 하는 입장이다.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내 퍼포먼스를 못 보여드리면 많은 팬들도 실망하실 거다. 일단 결승전에서 지면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을 것 같다. 난 이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고 있겠다"라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서울전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철순은 "미친 듯이 뛰어다닐 거다. 아직까지 축구하는 게 너무 좋다. 기회만 된다면 운동장에서 더 뛰고, 더 달리고, 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경기력을 준비하겠다"라며 마지막으로 모든 걸 불태우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최철순은 미래 계획을 귀띔했다. 그는 구단과 논의한 바가 있냐는 질문에 "아직 오간 게 없다. 차차 준비할 생각이다. 또 감독님이 많이 생각해주셔서 한번 이야기했었는데 좋은 방향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은퇴도 더 고민해 봤는데 번복은 K7에서 하겠다. K6와 K5에서도 뛰면 모든 리그에서 뛰게 된다"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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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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