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벤치에서 흔들리던 이강인(24, PSG)이 다시 파리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
프랑스 매체 ‘풋01’은 10일(한국시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의 재능을 믿고 자존심을 건드려 동기부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은 더 이상 ‘아시아 마케팅의 상징’이 아니다. 그는 엔리케의 신뢰 속에서 PSG의 ‘결정적 조력자’로 돌아왔다.


2023년 여름, 이강인은 2200만 유로(약 370억 원)의 이적료로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네이마르와 메시가 떠난 뒤였고, 일각에서는 “PSG가 아시아 시장을 노린 상징적 영입”이라며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구단 내부의 평가는 달랐다. PSG는 그를 단순한 마케팅 자산이 아닌 “성장 가능성이 큰 투자형 자원”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적응이었다. 파리 생활 초반, 이강인은 언어·문화·경쟁 등 모든 벽에 부딪혔다. 출전 시간은 줄었고, 언론은 “이강인은 리그1의 리듬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결국 그는 지난 여름 이적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PSG가 책정한 5000만 유로(약 842억 원)의 이적료는 벽이었다. 그때, 엔리케 감독이 직접 움직였다.
풋01은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에게 ‘네가 뛰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깨어나는 건 너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이강인은 훈련 강도를 스스로 끌어올렸고, 그 변화는 시즌 초부터 드러났다. FIFA 클럽월드컵과 UEFA 슈퍼컵 등 주요 대회에서 연속 출전하며 존재감을 회복했다. 8월 토트넘전에서는 팀의 2-2 동점골을 직접 넣으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선수로 완전히 진화했다. 리그1 11라운드 니스전에서 곤살루 하무스의 결승골을 이끌어낸 코너킥, 뮌헨전에서 주앙 네베스의 추격골을 돕는 정교한 크로스, 그리고 10일 리옹 원정 후반 50분 — 또 한 번 네베스의 결승골을 완성시킨 도움. 세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모두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이강인은 지난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엔리케의 신뢰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졌고, 이제 PSG는 그를 필수 전력으로 다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리케 감독의 철학은 단순했다. ‘감정의 감독’으로 불리는 그는 언제나 선수의 마음을 먼저 건드린다. 이강인에게도 그랬다. 그는 전술보다 자존심을 자극했고, 그 도전은 성공했다.
이강인은 리그1 10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공식전 15경기에서 3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 3경기 연속으로 팀의 득점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PSG 공격의 윤활유가 됐다.
특히 리옹전 출전으로 PSG 통산 100경기를 돌파했다. 그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팀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매일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더 이상 ‘잠재력’이라는 단어는 필요 없다. 엔리케가 건드린 건 단순한 경쟁심이 아니라, 이강인의 내면 깊숙한 ‘자존심’이었다. 그리고 이강인은 그 자극에 완벽히 응답하고 있다. 그의 발끝이 다시 파리의 리듬을 바꾸고 있다. 벤치 멤버에서, 핵심으로.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강인’이라는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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