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PSG의 중심으로”… 이강인, 100경기로 증명한 신뢰의 무게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1.12 06: 44

이강인은 100경기 동안 조용히 PSG의 신뢰를 쌓았다.
프랑스 매체 ‘소풋(SoFoot)’은 11일(한국시간) “이강인은 결코 부진한 적이 없었다. 다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소풋은 “이강인은 PSG 입단 초부터 ‘체격이 작다’, ‘PSG급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언론 대응 대신 경기로 증명했다”며 “이제는 조용히 팀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여름, 이강인은 2200만 유로(약 370억 원)의 이적료로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네이마르와 메시가 떠난 뒤였고, 일각에서는 “PSG가 아시아 시장을 노린 상징적 영입”이라며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구단 내부의 평가는 달랐다. PSG는 그를 단순한 마케팅 자산이 아닌 “성장 가능성이 큰 투자형 자원”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적응이었다. 파리 생활 초반, 이강인은 언어·문화·경쟁 등 모든 벽에 부딪혔다. 출전 시간은 줄었고, 언론은 “이강인은 리그1의 리듬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결국 그는 지난 여름 이적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PSG가 책정한 5000만 유로(약 842억 원)의 이적료는 벽이었다. 그때, 엔리케 감독이 직접 움직였다.
풋01은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에게 ‘네가 뛰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깨어나는 건 너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이강인은 훈련 강도를 스스로 끌어올렸고, 그 변화는 시즌 초부터 드러났다. FIFA 클럽월드컵과 UEFA 슈퍼컵 등 주요 대회에서 연속 출전하며 존재감을 회복했다. 8월 토트넘전에서는 팀의 2-2 동점골을 직접 넣으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선수로 완전히 진화했다. 리그1 11라운드 니스전에서 곤살루 하무스의 결승골을 이끌어낸 코너킥, 뮌헨전에서 주앙 네베스의 추격골을 돕는 정교한 크로스, 그리고 10일 리옹 원정 후반 50분 — 또 한 번 네베스의 결승골을 완성시킨 도움. 세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모두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이강인은 지난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엔리케의 신뢰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졌고, 이제 PSG는 그를 필수 전력으로 다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리케 감독의 철학은 단순했다. ‘감정의 감독’으로 불리는 그는 언제나 선수의 마음을 먼저 건드린다. 이강인에게도 그랬다. 그는 전술보다 자존심을 자극했고, 그 도전은 성공했다.
이강인은 리그1 10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공식전 15경기에서 3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 3경기 연속으로 팀의 득점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PSG 공격의 윤활유가 됐다.
특히 리옹전 출전으로 PSG 통산 100경기를 돌파했다. 그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팀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매일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매체는 그의 첫 전환점을 2023년 10월 AC 밀란전으로 꼽았다. 당시 이강인은 PSG 이적 후 첫 골을 넣었지만, 여전히 편견의 시선은 남아 있었다. 이후에도 그는 별다른 해명 없이 훈련과 경기로 팀 내 입지를 굳혔다. 소풋은 “이강인은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선수”라고 했다.
네이마르와의 짧은 인연도 언급됐다. 2023년 여름 네이마르가 알 힐랄로 떠나며 남긴 메시지 — “짧은 시간이었지만 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 는 그의 인성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용됐다.
현재 이강인은 PSG 통산 100경기에서 13골 13도움을 기록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처음부터 믿었던 선수다. 유연하고 기술적으로 완성된 자원이며, 그의 왼발은 세트피스와 오픈플레이 모두에서 중요한 무기”라고 말했다.
소풋은 “100경기에서 13골 13도움. 기록만 보면 평범하지만, PSG가 흔들릴 때마다 그는 경기를 안정시켰다. 그의 투입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시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강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도 언젠가 기회가 올 걸 알았다. 그 생각이 나를 더 노력하게 했다”고 말했다. 소풋은 “그의 철학은 인내와 꾸준함, 자신감으로 요약된다. PSG 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고 전했다.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단호했다. “이강인은 더 이상 과소평가받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신이 PSG에서 설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라고 그에게 신뢰를 나타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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