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10일(한국시간) 발표한 MLS컵 플레이오프 1라운드 TOP5 퍼포먼스 명단에서 손흥민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신’ 리오넬 메시(38, 인터 마이애미). 그러나 ‘가을의 사나이’라는 타이틀만큼은 손흥민의 몫이었다.
손흥민의 LAFC는 서부 콘퍼런스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6위 오스틴 FC와의 8강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잡고 4강에 올랐다. 특히 2차전은 손흥민의 쇼였다. 전반 21분, 부앙가의 스루패스를 받은 그는 왼쪽 측면을 돌파하며 수비수를 벗겨낸 뒤 왼발로 골망을 찢었다. 4분 뒤에는 다시 부앙가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상대 골키퍼까지 속이는 절묘한 패스였다.
SI는 “손흥민은 오스틴을 무너뜨린 LAFC 공격의 중심이었다. 시리즈 내내 득점과 도움을 모두 기록했고, 이번 라운드 전체 선수 중 가장 많은 키패스(10회)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의 리더십과 경기 이해도는 통계로 표현하기 어렵다. 부앙가와 함께 LAFC의 공격 체계를 완성시켰다”고 평했다.



MLS는 정규리그와 별개로 플레이오프 우승 팀을 ‘통합 챔피언’으로 인정한다. 진정한 우승은 포스트시즌에서 결정된다. 손흥민은 이 낯선 무대에서도 강심장을 입증하고 있다. 유럽 무대 시절처럼, 큰 경기에서 더 강해지는 ‘토너먼트 DNA’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의 리더십은 숫자 이상이다. 플레이오프 2경기 동안 손흥민은 1골 1도움, 키패스 10회, 결정적 찬스 창출 4회를 기록했다. 경기 외적으로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후배 선수들에게 ‘빅게임 멘탈’을 심어줬다. 현지 팬들은 “손흥민의 존재감은 단순한 스탯이 아니다. 그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사람”이라 평가한다.
한편, 손흥민 위에 오른 단 두 사람 중 2위는 샌디에이고의 앤더스 드라이어, 1위는 역시 리오넬 메시였다. 메시는 내슈빌과의 3연전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동부 콘퍼런스 4강으로 이끌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 도움으로 개인 통산 400번째 어시스트를 달성, ‘GOAT’의 위엄을 과시했다.
패스 성공률 91%, 유효슈팅 3회, xG 0.80, xA 0.59 — 수치조차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그 거대한 이름들의 틈에서도 자신의 색을 드러냈다. LAFC 공격을 설계하고, 마무리까지 이끌며 팀의 ‘심장’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부앙가와 손흥민의 ‘흥부 듀오’는 MLS 전체를 흔들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기복이 있던 LAFC는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춘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손흥민이 합류한 뒤 LAFC의 평균 득점은 경기당 1.7골에서 2.8골로 상승했다. 공격 효율은 물론, 경기 템포 자체가 바뀌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플레이오프는 작은 실수 하나로 승부가 바뀌는 무대다. 그만큼 집중해야 한다.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LAFC는 이제 서부 2위 세인트루이스 시티와 4강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손흥민이 또 한 번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이미 보여줬다. 유럽에서, 그리고 이제 미국에서도. 손흥민은 언제나 큰 무대에서 더 뜨겁게 빛나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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